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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날

<푸름살이 시>

by 박래여

행복한 날



행복한 날이었어요

왜 행복하냐고 묻지 마세요

촌부가 가끔 먹고 싶은 음식

자장면과 냉면 정도죠

집 밥이 최고라는 남편 위해

점심상 차려놓고 나갔죠

말이 통하고 뜻이 맞는 언니랑

냉면과 자장면으로 포식하고

삼계탕 용 닭 두 마리 선물 받았죠

오후, 손님이 왔죠

경북 영천에서 온 반가운 백시인과

차를 마시며 눈빛 푸른 반나절 보냈죠

시인과 작별하고 돌아선 저녁 답

아래윗집 부부 동반 나들이 나갔죠

푸른 호수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황태구이로 저녁 먹었죠

주룩주룩 내리는 장대비처럼 맛깔졌죠

어둠살 뚫고 도착한 집에

귀농한 지인이 놓고 간 닭 알 세 판

그 친구 불러 술잔 기울였죠

사람과 사람사이 오가는 정

오이 덩굴에는 오이가

수박 덩굴에는 수박이

고추나무에는 고추가

토마토나무에는 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텃밭 같은

행복한 날이었어요

왜 행복하냐고 묻지 마세요

행복은 자잘한 기쁨이 모여 만들어지죠

날마다 오늘 같이 행복했으면.


**사소한 것들이 모여 삶이 되지요. 삶은 날씨와 같아요. 흐렸다 맑고 맑았다 흐리고 비오고 천둥치고

그래도 살아가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겠지요. 오늘도 비가 와요. 가을장마가 너무 길어요. 아직도 여름 반소매를 입고 사니 지구 온난화가 가중되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어요.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에이아이의 지배를 받게 될지 모르겠어요. 푸른 숲이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십시오. 날마다 그 행복을 길어올리는 것은 사소한 기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만 않으면 우린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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