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살이 시
촌로
구월 중순 주말마다
벌초 객, 성묘객 찾아오는 동네
매미도 눈치껏 울고
잠자리도 눈치껏 난다.
효자들 참 많다
살았을 때 잘 하지
핀잔 아닌 핀잔도 웃음꽃 되는
오일장 같은 주말
아들 주랴 딸 주랴
참기름 짜고 깨소금 볶고
고춧가루 빻다가
눈물 콧물 닦는
꼬부랑 할머니
아요, 내 것도 좀 부탁하자
장에 가모 내 좀 태와 조
아~들이 온다 캤는데
자반괴기라도 사다 놔야제.
제발 그러지 마세요
자식들 다 알아서 해요
주섬주섬 짐과 사람 실으며
승용차도 숨찬데
복 받을 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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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있거나 없거나 할머니는 자식 사랑 넘칩니다.
일철에도 도시 사는 귀한 자식 부를 수 없어 이웃사촌 부르지요.
어제는 노인회에서 점심을 샀습니다.
우리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 스무 남명이 참석했지요.
자꾸만 행색이 초라해지는 상노인 틈에 끼었더니 ‘니도 머리가 하애졌구나.’하시더군요.
농촌은 해마다 나잇살 느는 노인들 세상이지만 노인 수도 자꾸 줄어듭니다.
면 단위 농협은 장사가 안 된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으로 가시니까요.
할매, 이럴 때 영양보충 하이소.
자꾸 보들보들한 쇠고기를 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