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쓰기의 기본을 다시 치열하게

'날것'의 원칙이 이끌어낸 단단한 생각의 고리, 그리고 동료

by 오이랑

<글쓰기 세미나 참여 후기>

글쓰기라는, 어쩌면 누구나 고민해 봤을 익숙한 주제였다. 하지만 배대웅 작가님은 이 친숙한 주제에 '확고한 자신만의 단언적인 글쓰기 원칙'들을 정면으로 내세웠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세미나의 밀도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 세미나를 기획하고 진행해 봤던 경험이 있다. 그때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건대, 발제문은 이처럼 '격함'과 '치열함',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고민을 담고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매끄럽게 다듬어 정답처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딴지'를 걸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딴지'는 발제문의 허술함을 꼬집는 반격이 아니다. 작가의 치열한 고민에 맞서 나의 생각 또한 치열하게 부딪쳐보는 건전한 저항이자 대화이다. 이번 세미나가 바로 그러했다. 작가님의 단언적 원칙들은 참여자들에게 훌륭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고, 우리가 건 딴지는 생각의 고리를 만드는 첫 번째 동력이 되었다. 그 고리에 또 다른 고리가 꿰어지고,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우리의 생각은 한층 더 단단해지면서도 동시에 유연함을 갖추게 되었다.


가령 발제문에 담긴 "간결한 글이 좋은 글이다"라는 명제나 "부사의 불필요함", "한자어 사용의 효과"에 대한 단언적 주장이 그러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논쟁의 여지가 있었기에, 오히려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각자의 생각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이처럼 치열하게 논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 주셔서 고마웠다. 그 덕분에 '글쓰기의 기본'을 더 알차고 입체적으로 고민해 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총 4회의 세미나 중 3, 4회차는 발제문만 받고 직접 참여하지 못해 너무나 아쉬웠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 의미가 없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치열한 고민이 담긴 발제문은 그 자체로 훌륭한 텍스트였기에, 읽는 것만으로도 배우고 생각해 볼 지점들이 차고 넘쳤다.


무엇보다 이번 세미나의 가장 큰 수확은 '글쓰기 동료'가 생겼다는 점이다. 가까운 지인에게 브런치 작가라고 소개하면 호기심에 한 번 읽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곳의 동료들은 달랐다. 내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고, '글쓰기'라는 고독한 행위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었다. 세미나를 거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서로의 글을 확인하는 기쁨, 내 글을 응원해 주는 든든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치열한 고민의 장을 열어주신 배대웅 작가님, 그리고 함께해 주신 모든 작가님들(백수광부, 컬러코드​, 아름다움이란, 붕어만세, 이른아침, 아호파파B, 정윤, 오지의​, 꿈꾸는 나비​, 빛날현​, 리인​)께 감사드린다. 작가님들의 각기 다른 텐션과 관점, 고민, 그리고 각양각색의 글 이면의 모습을 만나며 나 또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즐거운 자리였다. 줌이라는 화면 벽을 넘어 대면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함께한 세미나 세부 주제>

1회차_좋은 글의 조건들

2회차_글을 구성하는 방법

3회차_글을 쓰는 마음가짐

4회차_글의 설계부터 완성까지 유념할 것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에 듣는 여름의 잔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