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칼럼] - ②
첼시 FC의 상황이 복잡하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토마스 투헬이지만, 최근 여러 잡음이 일고 있다. 주전 선수들의 재계약 문제, 로멜루 루카쿠의 경기력과 인터뷰. 부상과 빽빽한 일정이 겹치면서 경기력도 떨어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투헬의 부임 이전, 프랭크 램파드 감독 시절부터 쌓여왔다.
램파드는 주로 4-2-3-1 포메이션을 활용했고, 첼시의 2020년 여름 이적시장은 이에 맞춰 이뤄졌다. 첼시는 2선 자원으로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하킴 지예흐, 카이 하베르츠를 영입했고 최전방에 티모 베르너가 가세하며 퀄리티를 높였다. 티아고 실바는 수비진에 노련함을 더했고, 4백에 적합한 윙백 벤 칠웰 또한 합류했다. 첼시는 주전급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이적시장의 승자로 등극했다.
완벽한 보강은 아니었다. 마테오 코바시치, 조르지뉴, 은골로 캉테로 구성된 중원 보강에는 실패했다. 잉글랜드 언론 '데일리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첼시는 데클란 라이스 영입을 노렸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실패했다. 같은 매체에서 데니스 자카리아의 영입설 또한 제기됐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페드로와 윌리안이 떠난 측면 공격 보강도 원활하지 않았다. 첼시의 2선에는 풀리시치를 제외하면 드리블에 능한 측면 자원이 부족하다. 칼럼 허드슨-오도이는 아직 유망주 레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예흐는 드리블에 능하지는 않다. 메이슨 마운트와 하베르츠도 측면에서 뛸 수 있지만, 볼을 가지고 수비진을 뚫어내는 유형은 아니다.
램파드의 첼시는 큰 기대를 받으며 2020-21 시즌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퀴르 주마와 실바로 구성된 수비 라인은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시즌 중반이 되자 균열이 생겼다. 측면 공격수의 파괴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공격 전개도 원활하지 않았다. 중원에서 코바시치와 조르지뉴는 영향력이 줄었고, 캉테는 잔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한국 시각으로 작년 1월 25일, 램파드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램파드 경질 이틀 후 투헬이 첼시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투헬은 3백 전술을 도입, 곧바로 개선된 수비를 보여주며 지도력을 증명했다. 투헬의 전술은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빛났다. 첼시는 16강부터 결승까지 단 2실점 만을 기록하며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공격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며 발전의 여지를 남긴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투헬은 첼시에서 맞이하는 첫 여름 이적시장, 빠르게 공격 보강에 나섰다. 첼시는 대형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 영입에 성공하며 공격진의 퀄리티를 높였다. 투헬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3백 전술에 알맞은 윙백 영입을 노렸다. 측면 공격 대부분을 윙백이 담당하기 때문에, 윙백은 첼시의 공격에 있어 핵심이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맷 로는 첼시가 인테르의 아치라프 하키미 영입을 노린다고 밝혔지만, 파리 생제르맹 FC에 밀리며 영입에 실패했다.
투헬은 중원에도 보강을 원했고,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첼시가 데클란 라이스를 다시 한번 노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웨스트햄은 높은 이적료를 요구했고, 라이스 영입 또한 실패했다. 이에 첼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부터 사울을 임대 영입하며 중원 뎁스를 채웠다. 첼시는 이외에도 멘디의 네이션스컵 차출에 대비해 마커스 베티넬리를 서드 골키퍼로 영입했다.
만족스러운 이적시장은 아니었다. 윙백 보강 실패했고, 2선에서도 보강이 없었기 때문에 루카쿠의 강한 영향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첼시였다. 2021-22시즌 초반에는 제임스와 칠웰이 윙백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고, 이 둘의 공격력을 바탕으로 첼시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첼시의 균열은 제임스와 칠웰의 부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제임스와 칠웰이 부상을 당하며 첼시는 마르코스 알론소와 아스필리쿠에타를 윙백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둘은 떨어지는 기동력과 드리블 능력으로 인해 공격에 큰 힘을 보태지 못했다.
이에 더해 드리블에 능한 2선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부각됐다. 윙백의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2선의 공격 전개가 중요해졌는데, 탈압박에 능한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공격이 막히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 지원이 부족하자, 고립된 루카쿠까지 부진하면서 첼시는 빈공에 시달렸다.
위와 같은 문제는 램파드 전술에 맞춘 영입이 진행된 상태에서, 투헬의 첫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거물 공격수 루카쿠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루카쿠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기 때문에 기존에 쌓여왔던 문제가 터진 것이다.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는 훈련에 복귀했지만, 칠웰은 시즌 아웃됐다.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주전으로 활용 가능한 윙백 영입에 실패했다. 투헬의 전술 역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다음 시즌에는 확실하게 투헬 전술에 맞춘 선수단 최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윙백, 2선 자원 등의 부족은 명백히 램파드 시절부터 쌓여온 첼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과연 첼시가 이번 시즌을 무사히 마치고, 이어지는 이적시장에서 투헬의 전술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다시 한번 날아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