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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빈서 Jan 19. 2022

축구는 토털 축구, 배구는 스피드 배구

[누구보다 스포츠 애호가가 되고싶다] - ➃

배구는 2021년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포츠 중 하나였다.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의 활약과 김연경의 존재는 한국 스포츠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강력한 공격을 받는 리시브와 빠른 공격 전환. 스피디하게 볼을 주고받는 배구는 보는 재미를 줬다. 축구의 '토털 축구'가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면 배구에는 '스피드 배구'가 있었다.



배구의 시작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배구는 미국의 스포츠다. 배구의 창안자는 YMCA(개신교 청년 모임) 체육부장 윌리엄 모건이었다. 모건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원했고, 당시 인기 있던 농구보다 몸싸움의 요소가 적은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모건은 몸싸움이 존재하지 않는 테니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배구는 189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홀리오크 시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초기에는 5인제로 고안되었다. 또한 21점을 먼저 내는 팀이 승리하는 룰이었다.


이후 1918년 6인제, 15점제, 로테이션제라는 6인제 국제규칙이 확립되었다. 1922년에는 YMCA 선수권대회에서 최초의 공인 배구 대회가 개최됐다. 1947년에는 파리에서 15개국이 모여 국제배구연명 FIVB를 창설했으며 4년에 한 번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다. 1961년과 1962년에 각각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고 1964 도쿄 올림픽부터 배구 경기가 등장했다.


Ⓒ국제 배구 명예의 전당


스피드 배구의 등장


배구는 1980년대 초반까지는 서브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간단한 서브 개념만이 존재했기 때문에, 서브는 단순히 경기를 진행하기 위한 서비스와 같은 개념일 뿐이었다. 서브를 받는 팀은 편한 리시브를 통해 약속된 플레이로 경기를 진행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는 조직력을 우선시하는 국가가 배구의 강국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후반, '스파이크 서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배구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캐나다의 배구 선수 존 배럿은 매 게임마다 스파이크 서브를 처음 사용했다. 이는 중국의 한 선수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선수가 한두 번 시도하는 걸 보고 참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1984 LA 올림픽에서 베르나르두 헤젠지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 대표팀이 스파이크 서브를 전술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스파이크 서브가 일반화되면서 기존의 배구 전술도 영향을 받았다. 스파이크 서브를 리시브할 때, 이전처럼 편하게 리시브한 후에 약속된 전술을 실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존에 리시브 후 세터에게 편하게 전달하는 패턴 플레이는 방해를 받았고, 공을 처리하기 급급해졌다.


이에 미국의 덕 빌 감독은 '2인 수비 시스템'을 구상했다. 이는 3명의 윙 플레이어 중 한 명에게 수비 부담을 주지 않고,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시도였다. 불안정한 리시브 때문에 약속된 패턴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때, 고정된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안전하게 공을 전달하기 위한 전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도 성공적으로 스파이크 서브를 공략하지는 못했다.


이에 브라질의 베르나르두 헤젠지 감독은 새로운 전술을 시도했다. 그는 우선 스파이크 서브의 등장으로 인해 이전과 같은 정교한 패턴 플레이는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빠르게 인정했다. 이에 그는 퍼펙트 리시브를 포기하고, 리시브를 일단 해낸 뒤에 세터가 양쪽 윙 스파이커들에게 빠르게 토스를 줌으로써 날카로운 공격 기회를 만드는 새로운 전술이었다. 소위 '스피드 배구'의 등장이었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조직력 배구에서 스피드 배구로


조직력 배구는 약속된 움직임을 통해 상대의 블로킹을 따돌렸다. 즉, 상대방을 속이고 타이밍을 뺏는 전술적 약속을 통해 공격 기회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스피드 배구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해졌고, 팀원들의 개인 기술과 스피드를 통해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보다 직접적인 배구로 전환된 것이다.


현대 배구는 아직도 스피드 배구를 주류 흐름으로 하고 있다. 리시브와 동시에 모든 선수들이 공격 준비를 하며 움직인다. 어떻게 보면 축구의 토털 축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흔히 '벌떼 배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즐기고 있는 현대의 배구는 이러한 흐름에서 나왔으며, 강력한 서브와 스피디한 공격이 매력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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