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빈서 Feb 03. 2022

토트넘, 진정한 보강은 여름에

[스포츠 칼럼] - ①

토트넘 홋스퍼 FC의 분주했던 겨울 이적시장이 막을 내렸다. 토트넘의 상황은 좋지 않다. 시즌 시작을 함께한 누누 산투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4개월 만에 경질됐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선임됐다. 콘테는 부임 후 곧바로 자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3백 전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트넘의 선수단이 콘테의 전술에 최적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영입은 불가피했다.



토트넘,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콘테 감독은 지난 1월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임 일주일 만에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라며 겨울 이적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과 손흥민이라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포지션에서의 경쟁력은 리그의 강팀들에 비해 떨어진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 Ⓒ토트넘 홋스퍼 FC 공식 홈페이지


미드필드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선수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뿐이었다. 올리버 스킵이 이번 시즌 급성장하며 숨통을 틔워 줬지만, 어디까지나 유망주치고 좋은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토트넘이 리그 상위권 경쟁을 이어나가는 상황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수비에서도 에릭 다이어 외에 믿을맨이 없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부상이 잦아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다빈손 산체스는 로메로의 빈자리를 예상보다는 잘 메웠지만 여전히 기복이 심하다. 윙백 자리에서 에메르송 로얄과 세르히오 레길론이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는 게 토트넘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주전과 비주전 간의 격차였다. 세대교체 실패, 영입 실패 등이 이어지며 선발과 벤치의 격차가 심하게 벌어졌다. 지난달 첼시와의 카라바오 컵 경기에서도 다이어와 레길론의 결장으로 맷 도허티와 자펫 탕강가가 출전했지만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진 모어컴과의 FA컵 3라운드에서는 10명의 로테이션 자원을 활용했지만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이른 시간에 주전 선수들을 투입해야 했다. 토트넘의 벤치에는 스티븐 베르바인, 탕귀 은돔벨레, 델레 알리 등 처분 대상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많았다.


다행인 점은 콘테의 선수 활용이 방파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콘테는 자신의 축구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하길 선호하지만, 최적의 선수단 구성이 아니더라도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는 편이다. 첼시에서는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를 3백의 오른쪽 스토퍼로, 빅터 모제스를 오른쪽 윙백으로 활용하는 등 선수의 잠재력을 터트리기도 했다. 토트넘에서는 벤 데이비스를 3백의 왼쪽 스토퍼로 기용하면서 성공적인 포지션 변경을 이끌어냈다.

 

콘테의 역량은 성적으로 증명됐다. 눈에 띄게 훌륭한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콘테의 부임 후 토트넘은 리그에서 10경기 6승 3무 1패를 기록했다. 콘테 감독 부임 전 중위권에 머물던 토트넘은 어느새 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2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4위 맨유와 승점 2점 차를 기록 중이다. 경기수가 적은 걸 생각하면, 얼마든지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컵 경기에서의 성과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리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어려웠던 토트넘의 겨울 이적시장


콘테의 좋은 모습에 힘입어, 토트넘은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선수를 찾아 나섰다. 콘테가 여러 포지션의 영입을 원한다는 기사가 이어졌고, 특히 3백 전술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선수들이 후보군에 올랐다. 다수 매체에서 보도한, 콘테가 보강을 원했던 포지션은 3백의 스토퍼, 윙백, 중앙 미드필더, 백업 공격수였다.


스토퍼

콘테 감독은 왼발 센터백을 좋아한다. 3백의 왼쪽 스토퍼 자리는 왼발을 잘 사용해야 빌드업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토트넘이 FC 바르셀로나의 클레망 랑글레를 노린다고 전했다. 랑글레는 바르셀로나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고, 바르셀로나는 적절한 가격에 매각할 준비가 됐다고 알려졌다.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메르카토'에 의하면 토트넘은 콘테와 스테판 더프레이의 재회 또한 원했다. 하지만 인테르는 핵심 자원을 1월에 방출하고 싶지 않았고, 이적은 무산됐다.


아다마 트라오레 / ⒸFC 바르셀로나 인스타그램


윙백

윙백 자리는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의 아다마 트라오레가 강하게 연결됐다. '스카이스포츠' 등 영국의 다수 매체는 트라오레가 토트넘으로 이적한다고 보도했다. 트라오레는 이번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윙백의 빠른 발과 공수 전환을 중요시하는 콘테의 전술에 트라오레가 적합하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또한 트라오레를 노렸고, 결국 트라오레는 친정팀 바르셀로나로 임대 이적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 / Ⓒ토트넘 홋스퍼 FC 공식 홈페이지


중앙 미드필더

콘테는 중원에서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볼 전개 능력을 가진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를 선호한다. 가장 주목받은 자원은 AC밀란과 계약이 6개월 남은 프랑크 케시에였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콘테의 1호 영입이 케시에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선수가 겨울 잔류를 희망하면서 영입이 힘들어졌고, 여름 FA 계약에서도 바르셀로나에게 밀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외에도 독일 매체 '키커'에서 TSG 1899 호펜하임의 플로리안 그릴리치, 영국 매체 '팀토크'에서 볼로냐 FC의 마티아스 스반베리 등이 토트넘 영입 후보로 제시됐다. 하지만 두 선수 역시 겨울 이적보다는 여름 이적을 선호하면서 이적은 무산됐다. 결국 토트넘은 이적시장 막바지에 유벤투스 FC로부터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영입했다. 중원 영입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이적시장 마지막 날 성공한 영입이었다.


데얀 클루셉스키 / Ⓒ유벤투스 FC 인스타그램


공격수

토트넘은 케인의 백업 공격수를 원했다. 팀에 전문 공격수가 케인뿐이었기 때문이다. 케인과 손흥민이라는 최고의 공격진을 보유한 토트넘이지만, 둘의 백업이 전무하다. 루카스 모우라는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둘의 득점력을 보완하지는 못한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ACF 피오렌티나의 두산 블라호비치와 토트넘의 링크를 전했다. 하지만 블라호비치는 유벤투스와 계약했다.


다행인 점은 블라호비치의 이적 덕분에 토트넘이 유벤투스의 데얀 클루셉스키를 임대로 데려왔다는 점이다. 클루셉스키는 2019-20 시즌 세리에 A 어워드에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잠재력은 인정받았지만,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는 못한 자원이다. 케인의 백업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벤탄쿠르와 클루셉스키 / Ⓒ유벤투스 FC 공식 홈페이지



토트넘, 겨울보다는 여름을 주목하라


토트넘의 겨울 이적시장 영입은 벤탄쿠르와 클루셉스키, 두 선수로 끝났다. 콘테가 원한 포지션에서의 보강은 일부 성공했지만, 주요 목표 영입은 모두 실패했다. 최적화가 필요한 콘테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다. 하지만 겨울 이적시장은 시즌 도중 진행되기 때문에 큰 규모의 영입을 일어나기 힘들다. 시즌 중 핵심 선수를 판매할 팀은 몇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토트넘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단 정리에 집중했다. 탕귀 은돔벨레가 올림피크 리옹으로, 지오바니 로 셀소와 브리안 힐은 각각 비야레알 CF와 발렌시아 CF로 임대를 떠났다. 델레 알리는 FA로 에버턴 FC로 이적했다. 잉여자원이 대거 팀을 떠난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보강 없이 선수들이 떠났다는 점에서 토트넘 팬들은 불안감을 표출했다.


이는 콘테의 전술 역량으로 버텨내야 한다. 이번 시즌 남은 경기에서 토트넘과 콘테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노린다. 일단 기존의 선수들과 영입생들로 어떻게든 챔스에 진출하겠다는 마인드다. 그리고 다가올 여름 이적시장, 토트넘은 본격적으로 콘테가 원하는 선수단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도 토트넘은 크리스티안 로메로, 에메르송 로얄, 브리안 힐 등 알짜배기 영입에 성공했다. 몇 시즌 간 이어진 영입 실패와 세대교체 실패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알찬 영입이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콘테의 전술에 알맞은 영입은 아니었다. 이제 토트넘 팬들은 콘테 체제에서의 첫 여름 이적시장을 기대한다. 토트넘이 2022 여름 이적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면, 이미 증명된 콘테의 역량과 함께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