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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 LEE Jan 02. 2022

비트코인과 얼트코인 그리고 개코인(=잡코인)

비트코인은 크립토가 아니다.

아래 한국과 해외의 가상화폐 거래량을 비교하면 한국인의 얼트코인&잡코인 사랑이 유별난 걸 볼 수있다. 해외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시장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은 정체불명의 잡코인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100배 1,000배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잡코인은 한국 가상화폐의 주류이다.

12/21일 한국 대표거래소 업비트의 코인별 거래량
12/21일 Yahoo Finance이 집계한 가상화폐전체 거래량

한국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은 노름과 도박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국 SEC의 의장 게리 겐슬러는 미국의 가상화폐 시장을 무법서부(Wild West)로 표현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미국 입법부와 규제 기관에는 신디아 루미스(Cynthia Lummis) 헤스터 피어스(Heister Peirce) 같은 인물들이 존재하고, 가상화폐를 미국이 포용해야 할 미래의 혁신 중 하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는다면 아래 '21 12/8일 진행된 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에서 미국 가상화폐 회사 CEO와 정치인 간의 토론을 직접 시청하기 바란다. 미국 의원들의 계속해서 묻는다. "어떻게 하면 가상화폐의 혁신을 미국이 주도할 수 있는가? 어떻게 규제해야 혁신을 저해하지 않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가? 정치인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가상화폐에 회의적인 의원들 역시 진정성 있는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한국과 다르다.(Sherman 제외)

'21 12/8일 진행된 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 동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F_kZELcynKQ



한국은 진정한 가상화폐의 무법천지이다. 사기와 노름판이며 이를 중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 기관은 손을 놓은 지 오래되었고, 언론은 정보전달보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며, 수익만 쫓는 거래소는 온갖 잡코인을 등록하며 무지한 대중을 현혹한다. 


결과로 대한민국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하는 가상화폐라는 단어는 주홍글씨가 되었다.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사람들은 이미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비트코인


흥미로운 건 비트코인의 가치는 이런 선입견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사운드머니(Sound Money)"를 지향한다. 비트코인 발행 수량은 변동되지 않으며, 위조가 불가능하고, 검열이 불가능하며, 탈중앙화 네트워크와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인류 역사상 유일한 사운드머니다. 금은 사운드머니에 가장 근접했지만, 이동과 확장(Scailability)이 불편한 금의 특성은 중앙정부가 금을 탈 화폐화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비트코인은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천천히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무분별한 정부화폐(FIat)발행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며, 덕분에 피와 땀으로 저장한 우리의 가치(=돈)는 하루하루 부식되고 있다. 사운드머니는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수단이다. 오늘 당장을 선호하지 않고 미래를 선호하는 행위이다.


비트코인 최초 블록에 사토시는 런던 타임즈 헤드라인을 기입했다.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2009년 1월 3일, 두 번째 은행 구제금융이 임박했다) 이 메세지는 비트코인이 무분별한 통화정책과 은행의 도덕적 헤이에 대한 반응으로 만들어졌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항상 사운드머니를 지향했던 것은 아니다. 2015년~17년 사이 비트코인 블록사이즈 변경에 대한 갈등으로 발발한 "블록사이즈 전쟁"은 사운드머니를 지향했던 그룹과 비트코인을 페이팔과 같은 글로벌 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려했던 그룹의 대립이었다. 헤시레이트의 80%를 차지하는 채굴자, 코인베이스, 그레이스케일, 등 거대 기업은 비트코인의 프로토콜 변경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한다. 


비트코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 사건은 비트코인이 거대기업과 자본에 의해 조정될 수 없으며, 프로토콜의 변화는 커뮤니티의 절대다수의 동의하에서만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트코인이 지향하는 가치가 "사운드머니" 이며 이는 불가변한 원칙임을 재확인시킨다.


하지만 유저 커뮤니티의 동의를 얻지 않은 위의 협의는 결국 폐기된다.

2017년 5월 23일 New York Agreement, 원문에는 당시 산업을 지배하던 대다수 회사의 서명이 있다. 하지만 유저의 동의를 얻지 않은 협의는 파기된다.


얼트코인


대체하다 라는 뜻을 가진 Alternative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얼트코인은 초기 비트코인을 대체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광의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얼트코인이 지향하는 가치는 비트코인과 완전히 다르다. 대표적인 얼트코인인 이더리움을 예로 들어보자.


이더리움은 비트코이너였던 비탈릭이 2013년 개발하였으며, 2014년 선채굴(Pre-mining)된 6,000만개의 이더리움 중 80%는 대중에 판매되었고, 20% 1200만개는 프로토콜 개발그룹인 이더리움 파운데이션에 귀속되었다. 


이더리움 파운데이션의 영향력은 스마트컨트렉 오류로 약 $1.5억 달러(=약 2,000억)의 이더리움이 해킹을 당한 2015년 DAO 해킹 사건을 통해 잘 볼 수 있다. 당시 2,000억은 매우 큰 금액이었으며 이더리움 파운데이션은 해킹당한 이더를 되찾기 위해 새로운 이더리움을 만드는 하드포크를 진행하게 된다. 기존에도 스마스컨트렉의 오류로 인해 이더리움을 잃는 경우는 흔했으나, 이 해킹의 경우 전례 없는 규모였으며 이더리움 파운데이션과 벤처케피탈에 큰 손해를 입혔다. 이 사건은 마치 2008년 금융위기 은행구제금융 대마불사(Too big to fail)와 다르지 않으며 이더리움의 지배구조를 잘 보여준다.


해킹을 당한 고래(=대주주)를 구제하기 위해서 프로토콜 전체를 갈아엎는 행위는 블록사이즈 전쟁에서 증명되었듯 비트코인에서는 상상조차 될 수 없는 행위이다. 사운드머니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절대다수의 참여자 동의를 통해서만 프로토콜의 변경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더리움은 중앙화된 소수의 참여자가 프로토콜을 조정하며 기업의 형태에 더 가깝다. 당시 표면적으로 하드포크 찬반 투표가 진행되었으며 투표는 95%의 동의를 얻는다. 투표율은 6%였으며 해킹으로 손해를 입은 대주주가 투표에 참여했으므로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이더리움의 PoW(Proof of Work)에서 PoS(Proof of Stake)으로 프로토콜 변화 역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PoS구조에선 이더리움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아무런 노력없이 이더리움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다. PoS는 "부자가 더욱 부자가 되는 구조"로 소유를 더욱 집중화시켜 중앙화를 강화한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얼트코인은 점점 사운드머니와 멀어지는 길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더리움을 포함한 대부분의 얼트코인의 가치가 돈이 부여하는 금융 프리미엄(Monetary Premium)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 가치저장 및 교환수단이라는 프레임을 제외하면 현재 얼트코인의 가치는 크게 손실될 것이며, 얼트코인 참여자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화폐(Currency)에 대한 프레임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이더리움과 얼트코인의 가치와 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더리움&얼트코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능은 비트코인과 전혀 다르다. 또한 과도기 상태 가상화폐 시장에서 많은 얼트코인과 잡코인의 경계선은 굉장히 모호하기에 얼트코인 스페이스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유이다.



Bitcoin is not crypto.
비트코인은 크립토가 아니다.

개코인과 잡코인


도지코인, 시바이누, 플로키..... 


무분별한 통화정책이 만들어낸 시장 왜곡의 끝판왕이다. 밈(Meme)과 시장 모멘텀으로 가격이 결정되며 코인을 만든 기관(또는 사람)이 대부분의 수익을 챙기는 구조이다. 비교하자면 엄청나게 불공평한 카지노 슬롯머신이다. 개인의 승률은 엄청나게 낮으며 카지노가 결국 돈을 다 가져가는 구조이다. 차라리 강원랜드에서 블랙잭 하는 걸 추천한다.


이런 잡코인은 엄청난 수익률로 무지한 대중을 현혹하며 결국 개인투자자는 큰돈을 잃는 구조이다. 잡코인을 마케팅하는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도박 말고는 탈출구가 없는 경제구조를 만든 정책결정자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로 인해 대중은 "가상화폐 = 사기"라는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며, 많은 개인투자자가 돈을 잃으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 자체를 막아버릴 수 있기에, 비트코이너는 잡코인을 경멸한다.


결론


인터넷 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은 사운드머니의 불모지이다.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정보가 대부분 영문으로 발행되고, 주류 언론이 아닌 트위터 및 팟캐스트 등의 형태로 공유되고 소비되기에 한국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정부와 언론은 건설적인 규제와 정보의 전달에 관심이 없으며, 관련 기업은 수익만을 쫓는다. 


사기와 비현실적인 고수익을 보장하는 마케팅은 대중을 현혹하고 개인투자자를 착취한다. 이 결과로 대한민국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비트코인의 화폐 현상과 사회 현상을 알아보지 못하고 한낱 투기 광풍으로 취급하며 도태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가 금본위제도를 채택함에도 1935년까지 은본위제도(Silver Standard)를 고집했으며 결과로 엄청난 국부를 잃었다. 대한민국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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