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밀레니얼 세대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가?
터키 39.7%, 아르헨티나 16.2%, 칠레 12.3%, 콜롬비아 11.9%, 폴란드 10.8%, 헝가리 9.8%, 페루 9.7%, 태국 9.5%, 루마니아 9.5%, 대한민국 8.6%
위의 수치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2021년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 하락률 입니다. 네 맞습니다. 블룸버그 터미널에서 대한민국은 아직 개발도상국(Emerging Market)으로 분류됩니다. 2021년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8.6% 하락했습니다. 달러의 구매력은 전년 대비 11월 6.8%(CPI)가 감소했습니다. 달러 관점에서 계산하면 원화의 구매력은 14.8% 감소한 샘입니다. 정부화폐(Fiat)가 녹는 아이스 큐브(Melting ice cube)로 비유되는 이유죠.
터키 대통령 에르도완은 통화의 가치 급락에 통상적인 개념과 정반대의 금리 인하 정책으로 대응합니다. 따라서 2021년 12월 터키의 법정화폐 리라(Lira)는 또 큰 폭락을 경험합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결과로 터키에서는 미국 달러와 비트코인으로 급격하게 돈이 몰리게 되죠. 에르도완은 이율 14% + 통화가치 하락률 만큼 정부에서 돈을 보장해주는 저축계좌를 만들어 자국화폐로 저축을 장려하고, 비트코인과 전쟁을 선포합니다.
최근 3년 USD vs TRY:
터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는 비트코인 사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자국 화폐의 통화가치가 수년간 지속해서 떨어졌다는 것이죠. 베네수엘라에 사는 사람에게 비트코인의 불가변한 발행 총량 2100만 개의 중요성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발행 제약 없는 정부화폐의 참혹한 결말을 수년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보다 교육 수준이 낮으며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고인플레이션 국가 국민의 비트코인 사용률은 대한민국을 훨씬 상회합니다. 가치저장수단의 "필요성" 때문에 이들은 비트코인을 소유합니다. 반대로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나라의 국민은 비트코인의 필요성을 비교적 적게 느낍니다.
하지만 아래 "야옹이"님의 트윗처럼 같은 국가 내에 세대별로 비트코인의 보유 비중이 다른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역시 "필요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켄틸런 효과(Cantillon Effect)
켄틸런 효과(Cantillon Effect)는 추가 화폐 발행 효과가 사회 전반으로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머니 프린터에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은 효용을 제공하는 현상을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에서 1조의 경기 부양정책(양적완화)을 진행하는 경우, 1조는 경제 전반에 골고루 퍼지지 않고 선 접근이 가능한 은행과 자본가에게 혜택이 몰리게 됩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재정지출과 확장적인 통화정책이 대표적인 경우죠. 주식과 부동산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자본 접근성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상위계층은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 세인트루이스(St. Louis) 연준 자료를 보면 코로나 발생 이후 미국 상위 1% 부의 합계는 하위 90%를 역전하였으며, 점점 간극이 커지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재정지출이 빈부격차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재난지원금 같은 사회 전반적인 정책은 돈에 대한 접근성을 공평하게 제공하죠. 물론 이런 직과적인 부양책은 돈이 부동산 주식으로 들어가지 않고 직접적인 재화의 소비로 이어져 즉각적인 물가 상승을 발생시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죠. (비직과적인 부양책 역시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물가상승을 유발합니다.)
이처럼 재정지출과 완화적 통화정책은 순간적인 "부"를 창조합니다. 물론 가용한 재화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돌아오지만, 돈을 찍어내는 순간에는 부를 경험할 수 있죠.
하지만 위의 예와같이 사회적 위치에 따라 돈에 대한 접근성은 공평하지 않으며, 시간(= 태어난 시대)도 이런 접근성의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1971년 금본위제도 폐지된 후, 베이비부머는 비교적 제약 없는 부채 생성을 통한 "부" 창조의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과도한 재정지출과 개인의 부채증가를 통해 미래 세대에 보이지 않는 세금을 부과하며, 순간적인 부의 열매를 누렸습니다. 결과로 현재 대한민국은 역대 최대 수준의 정부 부채와 가계부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미래 세대에 세금을 전가한 것은 아닙니다. 부패한 돈을 사용하는 정치 사회구조에서 아래와 같은 행위는 본능에 따른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먼저 태어났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부동산 가격은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정부 발표 물가상승률 대비 실질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엉터리 물가상승률 지표를 고려하면 오히려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있음) 베이비부머 세대에 흔했던 외벌이 2자녀 가정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좌절감과 미래에 대한 전망은 낮은 출산율과 혼인율이 대변하고 있죠.
왜 밀레니얼 세대의 비트코인 소유가 베이비부머보다 월등히 높냐고요?
터키와 아르헨티나 국민과 마찬가지로,
밀레니얼 세대는 부패한 돈에서 탈피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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