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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쓰다 Jun 01. 2022

코로나 생존기

#1.

지뢰밭을 건넌다는 게 이런 심정일까, 싶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남편 회사에서는 연일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지만 거리두기 완화를 핑계로 회식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덧이 나아지면서 사람 구실을 좀 해볼까, 했던 나는 문화센터를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서도 코로나에 걸려서 오늘 못 나왔다는 학생들이 주마다 그리고 클래스마다 생기곤 했다. 팬데믹 이후로 손 씻는 게 강박이 된 나는 더더욱 청결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결국 지뢰밭을 건너다 지뢰를 밟고야 말았다. 


남편이 하루는 회사에서 돌아오더니 목이 이상하다며 잘 때 공기가 건조했냐고 물었다. 코로나인 것 같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다음 날 새벽 남편이 '이건 코로나야'라며 바로 회사에 전화를 해 출근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마침 임산부 자가 키트 지원을 받았던 터라 키트를 5개나 써가며 검사를 했는데도 모두 음성이 나왔던 남편이라 그 상황이 의아하기만 했다. 전화 통화 후의 키트 검사에서도 여전히 음성이었다. 남편은 무조건 코로나라며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동네 이비인후과로 갔고 몇 시간의 기다림 끝에 결국 '양성'을 받았다. 물론 진단키트 사용에 미숙한 우리의 잘못도 없진 않겠지만 도대체가 자가진단키트보다 사람의 육감이 더 정확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곧장 임신한 나를 위해 창고가 되어버린 옷방에 이불 하나만 깔고 누워 격리를 시작했다. 나는 심각한 남편 바라기라 그 좁은 방에 아픈 남편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기가 싫었다. 그리고 이미 나도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격리를 포기하고 마스크만 착용한 채 생활하기 시작했다. 바로 다음날 나도 결국 확진을 받았고 남편이 겪은 증상은 하루 뒤에 내가 겪게 되었다. 


#2.

남편은 건강한 성인 남성답게 딱 격리 7일 만에 회복해서 다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약도 쓸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 오랜 기간 아팠다. 열이 올랐다 내렸다 했고 입맛이 없어 밥을 먹지 못했고 기침이 심해 무려 속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너무 괴로워서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임산부 기침약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 이비인후과, 산부인과까지 갔지만 어떤 의사도 처방을 내려주지는 않았다. 기침약 자체가 임산부에게 좋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아, 그냥 버텨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코로나에 걸린 임산부가 치료를 받거나 분만하는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때와는 달리 임산부 병상 확보가 지원되고 있었던 때였고 나는 아직 분만할 때도 아니어서 열심히 회복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매일 비타민C와 유자차 등 목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음식을 먹기 싫었지만 계속 섭취했고 과하게 마셨던 물은 결국 기침가래약이 되어주었다. 열이 38.4도까지 올랐을 때도 있어 뱃속 축복이가 걱정되었지만 먼저 정신을 차린 남편이 온몸을 닦아주고 얼음찜질을 해주어 고비도 넘길 수 있었다. 임산부이기에 정말 피하고 싶었던 코로나지만 어쨌든 한 번 겪고 나니 마음이 의연해졌다. 보통의 감기보다 조금 더 아픈 감기 수준이었지만 절대 다시 걸리고 싶지 않은,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뱃속 아가는 다행히 큰 일을 겪었음에도 초음파 상으로 건강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제대로 된 약도 먹지 않고 고열과 심한 기침과 호흡 장애를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2주 이상 아팠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난 여전히 내가 20대의 철부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이를 낳기 전과는 스스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이번 격리기간 동안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축복아 엄마가 아파서 미안해, 얼른 나을게. 였던 것 같다. 내가 아픈 것보다도 뱃속에 있는 딸이 더 힘들 것 같아 걱정하게 되는 것. 이제야 겨우 '엄마'라는 단어의 시작점에 들어선 것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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