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즐거워하는 영어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나름 영어 원서도 읽어주고, 온라인 학습으로 사부작사부작해주었었다. 그런데 아이가 열 살이 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되고 엄마표영어는 난항을 겪게 된 것.
뱃속에서 열 달, 태어나서 십 년이라고 했던가.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가장 좋은 시간들.
책도 읽어주고, 밖으로 밖으로 나가는 그 시기.
(아이는 열 살이 지나면서 품 안의 자식이 아닌 이젠 혼자서 뭐든 해보려 시동을 걸고 있다.)
그렇게 아이가 열 살이 된 작년.
더 이상 늦춰지면 안 될 것 같아 친하게 지내는 육아멘토님께 영어학원이 아닌, 영어도서관을 추천받았다.
아이가 열 살이 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한몫했다.
영어도서관? 막연히 영어로 된 책들로 가득 차 있는 도서관인가?라고 생각했던것은 나만의 오산이었다.
파닉스도 공부하고, 단어카드 만들고, 게임하고, 가끔은 요리도 한다고?
내가 생각해 온 그런 기관이라 생각하고 호기롭게 영어도서관의 인터뷰를 신청했다.
아직도 또렷이 그날을 기억한다.
푸근한 인상의 원장님은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질문들을 해주셨고, 아이는 한번 다녀볼까? 했다.
엥? 적응기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순간적으로 아니 충동적으로 한 말이었고, 아이는 곧 번복했다.
이렇게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어 하루라도 빨리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아이는 문득 아는 친구 하나 없는 걸 인식하고, 안 다니면 안 되냐며 연신 나에게 물었다. 그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지.
게다가 가장 좋아하는 방과 후요리수업하는 요일과 겹치는 것도 우리에게는 충분한 핑계가 되었다.
요리는 절대 포기 못한다고! (일주일에 한 번 아이가 만들어오는 수업결과물은 반찬도 있어서 엄마도 포기 못해ㅋㅋ)
그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일 년쯤 늦게 가는 건 괜찮지. 엄마도 그랬으니.
오케이! 그렇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니.
그렇게 저렇게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아이는 야구를 좋아하는 4학년이 되었고, 오타니라는 일본야구선수를 좋아하게 되었고, 오타니를 만나러 일본에 가려면 일본어를 배워야겠다며,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 하여 방문학습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영어도 그 방문학습지 선생님께 쉬엄쉬엄 일주일에 10여분 한 것이 전부.
학습지 숙제는 패드에서 앱을 통해 들어가 음원을 듣고 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날 재택근무 중에 관찰한 아들은 패드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다른 것을 보고 있구나. 하는 촉이!
엄마의 눈빛을 느꼈을까, 눈이 마주친 순간 아이는 눈을 피한다.
역시나 구글창으로 들어가 다른 것을 검색하고 있었다.
<여자가 떠나는 이유>
엥? 이건 또 뭐지?
(최근에 아니 연초에 사귄다고 했던 여자친구가 전학 갔는데 혹시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난 건가.)
이 때다! 싶어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혼내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
영어도서관에 가보자. 그동안 집에서 편하게 온라인학습으로 충분히 해봤으니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과도 대화할 수 있는 오프라인 수업도 해볼 때가 되지 않았니.
아이는 본인의 잘못이 있었기에 거부할 수 없었고, 이제는 생각도 좀 바뀐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린 다시 일 년 전 갔던 그 영어도서관에 다시 인터뷰를 하러 갔고, 원장님은 우리를 잊지 않고 계셨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시는 선생님의 따뜻한 눈빛을 건네받은 아이는 웃고 있었다..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간단한 인터뷰를 하자셨고, (누가 봐도 극명한 레벨테스트였지만 인터뷰라는 어휘가 주는 친근감은 엄 마인 내게 따뜻하기만 했다.) 종이와 연필을 건네시며 알파벳 소문자를 써보라 하셨다. 어려울 거라 생각하던 아이는 시시하다는 듯 신나게 그리고 최대한 반듯하게 써 내려갔고, 그다음엔 간단한 파닉스 관련 단어 받아쓰기 그리고, 숫자 그리고 무지개색깔을 써보자 하셨다. 빨주노초파남보에서 남색을 제외한 모든 것을 써 내려간 아이는 자신감뿜뿜한 자세로 제출했고, 그에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선생님은 글씨도 반듯하고, 최고라며 칭찬이 마르지 않으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했다.
아이는 흔쾌히 당장 다음 주부터 기꺼이 다니겠다고 한 것. 야호~~~!!!
초등학생이 되면 의례히 다녀야 하는 걸로 생각하는 영어학원.
나 역시도 수학학원은 고학년즈음 보내더라도영어는일찌감치 접하게 해주고 싶었으나, 코로나로 학교적응을 먼저 해야 하고 한글책이 먼저다 싶어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었다.
학교 다니기 시작하여 적응해야 하는 1학년은 아니라고스스로를 위안했고, 방과 후수업으로 교육마술, 바둑, 음악줄넘기, 요리에 영어수학 학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아이도 아이지만 영어수학보다 먼저 배우게 하고 싶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학교 방과 후수업의 퀄리티를 따라갈 수가 없었기에.
4학년이 된 지금, 바둑은 4년째 꾸준히 하고 있고, 2학년 겨울방학에 시작한 피아노는 주 3회로 가고 있지만 집에서 매일 한 시간씩은 스스로 연주하고 있다.
취미부자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거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기에 아들의 취미를 응원하며 영어 또한 목적이 아니 도구로 수단으로써 아들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주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