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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천사 Sep 08. 2024

아침공원에서 만난 사람들

운동 가고 싶어지는 아침

지난 금요일 새벽, 우리 부부는 약속이나 한 듯 함께 눈이 떠졌다!

그래, 오늘은 집 앞 공원을 가보자! 우린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거기서 이렇게 반갑고 고마운 분들을 만날 줄이야!


#. 13층 92세 할머니.


4년 전, 이사 오면서 알게 된 할머니가 계시다.

연세가 있으신 듯한데 너무나 정정해 보이셔서 연세를 여쭈었고, 아흔두 살이라시며 하루도 빠짐없이 기르고 계시는 강아지를 데리고 하루 여섯 번 산책을 나가시는 게 건강 비결이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었다.

항상 아이 등교시간즈음, 강아지와 산책을 마치고 오시는 할머니를 거의 매일 만났었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안보이셔서 내심 걱정이 되었었다. 연세가 있으신지라 혹시... 하면서도 잠시 어디 다니러 가셨겠지. 했는데 공원에서 지인분과 벤치에 앉아계신 모습을 만난 것!

이 새벽에 공원에서 만난 할머님은 예전보다 조금 건강이 쇠약해 보이시는 모습이셨다. 너무 반가워서 인사를 건넸고, 할머니는 6개월 전 넘어지셔서 머리도 퉁퉁 붓고 여기저기 타박상에 혼자계시기가 어려워 지방에 있는 따님에 다녀오셨다고 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시긴 했지만, 여기저기 두들겨 맞은 것 같이 아프시다고. 그래도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너무 반가웠고, 종종 이렇게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기를 또 기대해 본다.



#. 코스모스를 다듬고 계시는 할아버지


몰랐다.

코스모스는 나라에서 심은 줄 알았고, 나라에서 심었으니 나라에서 관리하는 줄 알았는데, 심으신 분도 동네 어르신이셨고, 관리도 그분이 하고 계셨다는 걸 운동하다가 깨달았다. 공원엔 배드민턴이나 축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울타리 주변으로 꽃을 심으시고, 꽃가지를 다듬으시며, 물도 길어서 뿌려주시는 게 아닌가. 너무 감사한 마음에 짝꿍과 스피드민턴을 하다가 공이 떨어진 곳에 가서 공을 줍는 척하며, 어르신께 말을 걸었다.


"비가 많이 왔었는데, 따로 또 물을 길어다 부어주시는 거셔요?" 했더니,

"비가 와도 많이 오지 않아서, 뿌리까지 물이 가닿지 않아 부어주어야 해요"라고 말씀하신다.

코스모스로 보이는 꽃의 가지치기를 해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드렸다.

본인이 좋아서 하시는 거라 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게 이른 새벽에 해주시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느낀다.


#. 혼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40대쯤 보이는 남자어른.


가끔 저녁시간에 아이와 자전거를 타러 나올 때 만났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새벽에 달리고 있으신 남자어른.

아침저녁으로 달리는 그의 열정에 박수를 드리고 싶다.


우리는 아침공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또 아침운동을 하러 나가기로 했다.

아침 운동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운동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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