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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Jun 06. 2023

감성적 순간, 관념적 시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광장에서


아름다움이나 행복함 등을 느끼는 인간의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정보의 자극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진가가 피사체를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감정의 형태를 프레임 안에 담는다는 것이 그만큼 까다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의 뒷모습은 쓸쓸함 혹은 외로움의 상징이다. 그러나 프레임의 구성에 의해 한가로움 혹은 편안함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표현의 영역은 사진가의 단순한 물리적인 역량보다는 철학적 사고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삶의 깊이가 깊고 감성의 농도가 짙을수록 다양한 사진가의 시선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사진 기호학에서 사물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중절모를 쓴다는 것은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음을, 우산은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겪음을, 가방은 집을 나와 멀리 떠나 감을 상징한다.


남자는 가벼운 미소를 띠며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짧은 순간 애절한 눈빛을 교환한 뒤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떠나 감 인지 돌아옴 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접은 우산에서 이제 풍찬노숙(風餐露宿)을 끝내고 돌아옴을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광장에서 마주한 이 장면은 사진 기호학적 요소를 골고루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두 그룹의 커플이 시선을 끌었다. 오페라 하우스라는 상상력을 고착화시키는 커다란 상징물에 가려 자칫 시선이 분산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겨우 발견한 커플들, 프레임의 가장자리에 피사체를 둔 에지 샷(Edge shot)으로 대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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