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 ming Mar 09. 2024

칼 폴리 대학에 가다.

2024년 1월 25일 + 1


사실상 미국 연수의 마지막날이 밝아왔다.



숙소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에 감탄을 금지 못했다. 유달리 깨끗한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맥도널드 가게. 퇴실 준비를 하며 영화 '가디언즈 갤럭시'의 OST를 들었다. 방의 온도, 습도, 분위기 모든 요소가 조화로워 시간이 정지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지. 마지막 날이라 떠나기 싫은 마음에 그랬을 수도 있다.



조식마저 이토록 완벽할 수가! 직접 구워 먹는 와플과 메이플 시럽은 내가 살면서 먹은 와플 중 최고였다. 추가적인 토핑 없이 기본에 충실한 맛이 와플 본연의 맛, 그 자체였다. 떠나기가 더 싫어지는군.



아침 일찍 'Pismo beach'에 방문했다. 해산물 가게 간판이 '스펀지밥'에 나오는 글씨체와 비슷해서 귀여웠다. 곧 집게리아 사장님이 문을 열고 나오실 것 같다. 해변으로 향할수록 야자수 나무가 점점 더 많이 보였다. 참 길고 얇다. 어떻게 저 좁다란 몸통으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지…



해변 자체는 동해바다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럼에도 넓게 트인 파도와 모래사장이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강아지와 함께 조깅을 하는 사람들, 콘도에서 앉아 아침햇살을 맞는 사람들. 여유롭다.

 


오전 10시쯤에 이번 연수의 마지막 대학교인 'California poly tech university'(줄여서 '칼폴리')에 도착하였다. 갑작스럽게 강연이 이뤄지는 강의실이 변경되어 학교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게 되었는데 내가 상상하던 미국 대학교의 모습이었다.


이후 1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은 흥미로웠다. 칼 폴리는 농업분야가 유명한 학교여서 교수님께서는 '지속가능한 관행을 통한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물론 영어로 진행되었던 탓에 못 알아듣는 게 반이었지만, 햇살이 들어오는 강의실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마치 내가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와 수업을 듣는 기분이랄까. 여하튼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실 대학생 때 딱 한 가지 후회했던 것이 교환학생을 못 간 것이었기에 더 여한이 남았을 수 도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 꿈은 어떤 형식으로든 이루어질 것이다.



강연 후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 캠퍼스 내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비건이나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담긴 다양한 메뉴들이 다정하다. 음료도 마찬가지로 정말 '다양'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콜라 맛들이 가득!



많은 고민 끝에 고른 팟타이는 꿀맛. 계속 자극적인 음식만 먹다가 오랜만에 채소가 가득 담긴 메뉴를 먹으니 반갑다 못해 살 것 같았다. 그리고는 2층 테라스에 앉아 학식을 먹으며 미국 대학생들을 구경. 이 학교 학생 하게 해주세요.



점심 후에는 우연히 한 한국계 미국인 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그녀는 한국의 드라마를 좋아했고, 한국식 이름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칼 폴리 대학교는 샌프란시스코와 LA 사이에 위치해 있어 한국인 학생이 많이 없다고 한다. 어쩐지 로컬감성이 물씬 나는 이 학교가 더 좋아진다.


오후 일정은 설명회와 캠퍼스 투어였다. 활기찬 대학생 한 분이 학교의 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인상 깊었던 것은 학교에 트래킹 코스. 위의 사진처럼 코스 곳곳에 뿌려진 칼 폴리 스펠링을 모으면 베네핏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나저나 할리우드 간판이랑 상당히 닮았다!



이후에는 농대에 방문해 교수님들과 대학생들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겁을 잔뜩 먹었지만,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서부 사람들이 동부 사람들에 비해 여유롭고, 성격이 부드럽다는 말은 진실일 지도 몰라.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해 주신 교수님 두 분은 직접 농장까지 보여주시겠다고 하셨지만, 아쉽게도 시간관계상 그러지는 못했다. 좋은 학교 구성원들과 미국 하이틴 느낌 낭낭한 부대시설들까지.(수영장, 클라이밍, 승마. 없는 게 없다.) 살면서 한 번은 꼭 다녀보고 싶은 마지막 대학을 끝으로 탐방은 끝이 났다.



공식적인 일정이 모두 끝난 후에는 장시간 남쪽으로 내려갔다. LA로 향하는 길을 제법 길고, 멀었다.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 1번 국도를 타고 바라본 해안선은 환상적이었다. 언젠가 LANY의 노래를 들으며 캘리포니아 해변을 바라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지다니! Weast coast의 낭만적인 선셋을 잊지 못하리라. (그건 그렇고, 분명 달의 크기는 변함없는데 이곳 달은 왜 유난히 크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일까.)



마지막 저녁은 한국식 bbq였다. LA의 한인타운은 가이드의 설명대로 그냥 한국이었다. 메뉴와 반찬, 스타일 모든 게 한국식이어서 싱크로율에 조금 놀랐다고나 할까. 특히 한국인뿐만 아니라 현지인도 많았는데, 나중에는 웨이팅이 생길 정도였다. 말해뭐해 미국 bbq 보다 한국 bbq가 훨.씬 맛있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럴 수도...)


이후 숙소에 도착해서는 아예 밤을 새웠다. 이 모든 게 다음날 비행기에서 자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2024년 1월 26일


다음날 오전 일찍 LA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LA 공항은 협소하고, 오래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LA에서는 잠만 자고 떠나야 해서 너무 아쉬웠다. 다음번에 다시 미국여행을 올 이유가 이렇게 추가되는 군. 그때는 동부 쪽도 가야지.



기내에서는 끝없는 잠을 잤다. 결국에는 '발리에서 생긴 일'을 다 보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착해서도 현실성이 없어서 지금 내가 잠깐 꿈을 꾸다 온 건지 착각이 들정도. 5박 7일은 인간적으로 너무 짧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힘들게 돌아다닌 탓에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학교 덕분에 졸업여행 겸 앞으로의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될만한 연수를 받을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훗날 이 순간들이 미래의 나에게 용기와 설렘을 주기를. 그리고는 친구들과 함께한 행복한 추억과 기억들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미국 연수 끝!



작가의 이전글 '초'자본주의 문화 체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