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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Dec 23. 2024

한국 자본주의, 정의의 쇠퇴와
민주주의의 위기

롤스, 베버, 밀의 시각으로 본 현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은 이제 박물관의 화석이 되었는지 모른다. 눈부신 경제 성장의 이면에 자리한 소수 재벌 대기업 중심의 기형적인 경제 구조는 경제력 집중, 불평등 심화, 정경유착이라는 고리를 형성하며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냉소적인 자조는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의 가치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사회과학적 분석과 비판적 성찰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불평등의 심화, 굳어지는 계층: 롤스의 정의론 부재


존 롤스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무지의 베일’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배경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 제도를 선택해야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사상이다. 자신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날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도를 설계한다면,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는 방향, 즉 ‘차등의 원칙’에 따라 제도를 만들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용어가 보여주듯,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사회 이동성을 극도로 저하시키고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롤스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사회는 ‘무지의 베일’을 쓴 상태에서 합의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교육, 취업, 주거, 심지어 건강과 문화생활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현실은 롤스가 주창한 공정한 경쟁의 기회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만의 리그’, 기업 지배구조의 민낯: 베버의 관료제와 권력의 왜곡

막스 베버

막스 베버는 근대 사회의 특징 중 하나로 합리적인 관료제를 제시했다. 법과 규칙에 따른 운영, 능력에 따른 임용과 승진, 명확한 권한과 책임 분담 등이 베버가 제시한 이상적인 관료제의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는 총수 일가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 불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 편법적인 부의 이전 등의 문제를 드러내며, 베버의 이상과는 괴리된 모습을 보인다.


베버는 ‘권력’을 ‘자신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관철시킬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정의했는데, 한국 재벌 총수 일가는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 언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사회 전반의 공정성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들만의 리그’처럼 운영되는 기업 지배구조는 시장 경제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건전한 기업 생태계 조성을 가로막는다.


정의의 실종, 민주주의의 위기: 밀의 자유론과 다수 횡포의 현실화


존 스튜어트 밀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옹호했다.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사회 전체의 발전과 행복이 증진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재벌 중심 경제 구조는 소수의 경제 권력 집중을 초래하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억제하며, 시장의 다양성과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밀이 강조한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경쟁을 통한 사회 발전이라는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밀은 또한 다수 횡포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소수 재벌의 경제 권력이 정치 권력과 결탁하여 사회 전체의 이익을 침해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경유착은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공정한 경쟁을 파괴하며, 특정 기업이나 집단에게 특혜를 제공하여 부와 권력의 소수 집중을 심화시킨다. 이는 밀이 우려한 다수 횡포와 유사한 양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부터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경제민주화, 시대의 과제: 균형과 상생의 경제를 향하여


위의 이론들을 종합해 볼 때, 한국자본주의는 불공정한 경쟁, 경제 권력의 집중, 사회 이동성 저하, 정경유착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왜곡은 경제 성장 둔화, 양극화 심화, 국민 경제의 불안정성 증대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시장의 공정성 회복, 경제력 집중 완화, 사회 이동성 확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시민 참여 강화 등의 노력을 통해 왜곡된 자본주의를 바로잡고,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번영을 넘어, 민주주의의 발전과 사회 통합을 위한 시대적 소명이다. 미래 세대에게 희망찬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 지금 바로 깨어있는 시민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이다. 롤스, 베버, 밀의 통찰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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