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형 신작 서평
한윤형, 그는 왜 '상식'에 주목했나
한윤형 작가는 우리 사회의 뇌관을 건드리는 문제의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사유를 안겨주는 논객이다. 그의 시선은 표면적인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면에 작동하는 권력의 역학 관계와 이데올로기의 지형도를 꿰뚫어 본다. 그의 신작 [상식의 독재: 망국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을 변호하다](이하 [상식의 독재])는 모두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 '상식'을 해부하며 한국 사회의 위기를 진단한다. 하지만 '상식'만큼 모호하고 다의적인 단어도 드물다. 시대와 사회, 계층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상식'은 때로는 억압의 도구로, 때로는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패로 기능한다. 그렇다면 한윤형은 왜 이토록 변덕스러운 개념에 주목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의 책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상식'이라는 이름의 폭력, 대한민국을 옥죄다 - 일상에 스며든 이데올로기
[상식의 독재]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특정 이념과 가치관이 '상식'이라는 가면을 쓰고 비판과 논의를 억압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그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를 종횡무진하며 '상식'이라는 허울 아래 특정 관점이 강요되고, 이에 대한 반론은 묵살되는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마치 공기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상식'은 실은 누군가의 이익을 대변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폭로하는 것이다. 과거 '성장 만능주의'는 경제 발전을 위한 '상식'으로 여겨졌지만, 환경 문제와 불평등 심화라는 현실 앞에 그 허구성이 드러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상식'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그 의미가 변하며, 때로는 폭력적인 힘을 행사한다. 이러한 '상식'의 폭력성은 특히 권력 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나타난다.
'상식'의 이면에 숨겨진 권력 관계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가 '상식'의 이면에 숨겨진 권력 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한다는 점이다. 그는 '상식'이 단순히 객관적인 진리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이데올로기적 구성물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상식'이 실은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의 산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상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해야 한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상식이 승리했다" 혹은 "상식이 패배했다"라는 말처럼, '상식'은 결과를 재단하고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되며, 때로는 결과에 대한 불복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윤형이 '상식의 독재'라는 개념을 통해 지적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제 그의 이전 저작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며 그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보자.
한윤형의 문제의식, '뉴라이트' 비판에서 '상식' 해부로 - 사유의 확장과 심화
한윤형은 이전 저작 [뉴라이트 사용후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보수 세력, 특히 뉴라이트의 이념적 지형과 작동 방식을 분석한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특정 이념이 '상식'의 외피를 쓰고 사회에 침투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조명했는데, 이러한 문제의식은 『상식의 독재』에서 더욱 심화되고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뉴라이트'라는 특정 집단에 대한 비판에서 나아가, '상식'이라는 더욱 보편적인 개념을 통해 권력과 이데올로기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그의 사유가 더욱 넓고 깊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분석에는 몇 가지 한계점 또한 존재한다.
'상식의 독재', 그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 비판을 넘어 성찰과 논의로
[상식의 독재]는 한국 사회의 위기를 '상식의 독재'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상식의 독재'라는 개념 자체가 다소 추상적이고, 그 실체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한국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상식의 독재'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환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모든 정책 비판을 '국론 분열'이라는 '상식'으로 억압하는 것은 부당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를 이루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공통된 인식'이 필요한 측면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상식의 독재』가 던지는 화두는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던 '상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하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고, 그에 맞서 싸울 용기를 북돋운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빛난다. '상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건강한 비판과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상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또 다른 숙제이다. 이러한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위기의 대한민국, 우리는 어떤 '상식'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 성찰과 공론의 장을 열며
한윤형 작가는 [상식의 독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상식의 독재'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치와 관점이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건전한 비판과 토론, 그리고 다양성의 존중만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식의 독재]는 단순히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사고를 지배하는 권력 구조를 인식하고,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향해 나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식의 독재'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상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상식'이 과연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상식'의 절대성을 의심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찰은 개인의 차원에서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활발한 공론장이 조성되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서로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언론, 교육,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이러한 공론장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폭넓은 공론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가짜 뉴스와 여론 조작의 온상이 될 위험 또한 안고 있다. 따라서 건강한 온라인 공론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받아들이는 관용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만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협력이 가능하며, '상식의 독재'를 극복하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상식의 독재'를 극복하는 과정은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사회적 논의를 요구하는 지난한 여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윤형의 [상식의 독재]는 이러한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위기의 시대,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경종이자, 성찰과 공론의 장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사고를 지배하는 권력 구조를 인식하고,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향해 나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