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청년에게 던져진 울림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은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두꺼운 원전을 직접 펼쳐볼 엄두는 쉽사리 나지 않았다. 어려운 용어와 난해한 문장으로 가득할 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임승수 작가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은 이러한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 주었다. 특히,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빡빡한 일상을 보내던 20대 초반의 나에게 이 책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당시 나를 포함한 많은 청년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우리 마음속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였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의 메시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접한 [공산당 선언]은 피상적인 이론이 아닌, 바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게 이 책은 어렵게 느껴지는 사회·정치 사상과 역사적 맥락을 쉬운 일상어로 풀어 설명한다. 마치 허물없는 선배가 옆에서 편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과 계급 투쟁의 역사를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원전의 문장과 해설을 나란히 실어 놓은 구성이었다. 해설을 읽고 나서 원문을 다시 보니,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하게 다가왔다. 65개의 핵심 키워드를 통해 각 장의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해 주는 부분 또한 복습과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일해야 했던 20대 초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항상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산당 선언]이 이야기하는 노동자의 현실과 자본주의의 모순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현실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외침은 당시의 나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마르크스 사상뿐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전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자본론]이나 다른 사회학 서적들에도 기꺼이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치 굳게 닫혀 있던 책장의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새로운 지식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모든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 사상이라는 거대한 지적 여정의 훌륭한 입문서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고, 사회 문제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와 노동 문제는 [공산당 선언]에서 제기된 문제의식과 여전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끝없이 치솟는 집값, 불안정한 고용 환경, 날로 심화되는 빈부 격차 등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산당 선언]이 던지는 메시지는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어려운 고전을 쉽게 풀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마르크스 사상에 대해 알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혹은 어려운 고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면,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을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나와 같은 20대 청년들, 그리고 사회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세상을 향한 질문과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