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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Dec 30. 2024

제국의 갈림길에서,
하라 다카시와 야마카와 히토시

우리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다. 기술의 발전, 사회의 변화,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100년 전, 일본 역시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 시대, 두 명의 남자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권력의 중심에서 현실 정치의 한계를 시험한 하라 다카시, 그리고 제도권 밖에서 사회변혁을 외친 야마카와 히토시. 그들의 이야기는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어떠한 질문을 던진다. 격변하는 시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개인의 이상과 시대적 현실 사이의 괴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하라 다카시

하라 다카시, '평민 총리'의 등장과 한계


1856년, 하급무사 가문에서 태어난 하라 다카시는 메이지 유신 이후 격변하는 일본사회를 경험하며 성장하였다. 그는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성장했고, 언론인과 외교관 생활을 거치며 정치적 역량을 키웠다. 그는 과두제 대신 정당정치를 통해 일본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자 하였고, 1918년에는 ‘평민출신’ 으로 내각 총리대신 자리에 오른다. 이는 당시 일본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번벌(귀족) 중심의 정치풍토 속에서 평민 출신이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오른 것은 특이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험난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그는 번벌이 장악한 군부의 압력, 원로들의 견제, 그리고 무엇보다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한계에 직면해야 했다.


제국주의 일본의 현실, 권력구조와 사회문제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부국강병’과 ‘식산흥업’을 내세우며 급속한 근대화(자본주의화)를 추진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했지만, 그 이면에는 농촌공동체의 붕괴, 도시빈민 문제, 노동문제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한다. 자성없는 산업화는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또한, 메이지 헌법은 천황 중심의 권력체제를 확고히했다. 군부는 통수권독립을 주장하며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특히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중심으로 한 군부 원로들은 정당정치를 불신하며, 내각을 통제하려 했다. 하라 다카시는 이러한 권력구조 속에서 내각을 이끌어야 했다. 그는 정당중심의 내각을 구성하여 의회정치를 확립하려 했지만, 군부의 견제와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일본사람들의 요구는 들어주면서도 조선인들의 3.1 운동은 강경진압하는 모습에서 그의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그의 개혁이 일본 중심적 시각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야마카와 히토시, 제도권 밖에서 외친 변혁의 목소리

하라 다카시와 달리 야마카와 히토시는 제도권 밖에서 사회변혁을 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받아들여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하고 노동운동을 지원한다. ‘현대 일본의 분석’ 등의 저서를 통해 일본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일본 사회주의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체제에 대해서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교육하며, 실제적인 사회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하라 다카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대에 저항하며,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였다. 그의 사상은 이후 일본 사회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 개의 길, 하나의 시대 하라 다카시와 야마카와 히토시의 엇갈린 선택


하라 다카시와 야마카와 히토시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걸었다. 하라 다카시는 현실 정치의 한계 내에서 개혁을 시도했지만, 제국주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정당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자 했지만, 당시 일본사회의 배경인 제국주의와 군부의 압력 속에서 그의 이상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야마카와 히토시는 제도권 밖에서 근본적인 사회변혁을 외쳤다. 그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하고 노동계급의 해방을 주장하며, 기존 질서에 도전했다. 두 사람의 선택은 당시 일본사회가 가진 두 가지 단면을 보여준다. 권력의 정점에서 고뇌했던 하라 다카시, 그리고 권력의 바깥에서 시대에 맞섰던 야마카와 히토시. 그들의 엇갈린 행보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현실과의 타협 속에서 제한적인 성과를 내는 것, 혹은 이상을 향해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것. 어떤 길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선택일까? 역사는 그들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의회

하라 다카시와 야마카와 히토시의 삶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개인의 행보와 시대적 한계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보여준다. 두사람의 이야기는 100년 전의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때로는 하라 다카시처럼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제한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야마카와 히토시처럼 기존 질서에 도전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도 있다.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며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고난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역사의 심판과 함께 우리 각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 참고자료


강만길, [고쳐 쓴 한국 근대사], 창비

김기승, [일제시기 한국 사회와 사회운동 연구], 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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