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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Jan 03. 2025

가난한 예수, 한국 교회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

‘제2의 종교개혁’을 외치다

김근수 선생의 『가난한 예수』는 한국 개신교라는 거대한 ‘건물’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였을 때처럼, 이 책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예수’라는 머리로 세워진 거대한 조직이, 정작 그 이름의 주인이었던 ‘가난한 예수’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낱낱이 고발하는 것이다.


저자는 예수를 ‘가난한 자의 친구’, ‘소외된 자의 동반자’로 정의한다. 물질과 권력이 아닌 사랑, 겸손, 희생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예수.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고층 빌딩보다 더 높이 솟은 교회 첨탑, 재벌 기업 못지않은 재력, 세습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권력. 이 괴리, 이 불편한 진실을 김근수 선생은 묵과하지 않는다.


그가 진단하는 한국 교회의 병폐는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탐욕스러운 물질 숭배다. 영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난 채, 교회는 부동산 사업과 다름없는 확장 경쟁에 몰두한다. 둘째, 제왕적 권위주의다. 목회자는 ‘종’이 아닌 ‘군주’를 자처하며 신도들을 수직적인 관계로 통제하려 한다. 셋째, 이기적인 개인 구원 지상주의다. 사회의 불의에는 눈감은 채, 오로지 ‘나’의 영혼 구원에만 집중하는 신앙은 공동체의 책임을 외면하는 자기 기만에 불과하다. 넷째, 껍데기만 남은 형식주의다. 화려한 의식과 외형에 치중하며 신앙의 본질인 ‘사랑’과 ‘나눔’을 잃어버렸다. 다섯째, 세속 권력과의 야합, 즉 세속화다. 자본주의적 가치에 물든 교회는 세상의 욕망을 좇는 집단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진단은 500년 전 루터의 외침을 떠올리게 한다. 성서로 돌아가라, 만인이 사제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타락한 중세 교회를 향한 준엄한 경고였다. 김근수 선생의 『가난한 예수』 역시 현대 한국 교회에 ‘제2의 종교개혁’을 촉구하는 절박한 외침이다. 그는 교회가 다시 ‘가난한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겸손과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며, 무엇보다 탐욕스러운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히 교회 내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 사회 전체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신앙이란 무엇인가?’,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김근수 선생은 이 책을 통해 한국 교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본질을 회복하기를, 나아가 세상의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가난한 예수』는 한국 교회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이자,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다. 이 책이 한국 사회에 던질 파장을 주목해본다.





* 참고자료


-뉴스앤조이,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4658)

-오마이뉴스, "전문직 중산층이었던 예수, 어떻게 정치범이 되었을까"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2698)

김근수, [가난한 예수],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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