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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마 Apr 29. 2023

초등학생 아이와 재미,유익 다 잡는 박물관 관람법

역사야 놀자 2

지난 글 ‘초등학생 역사 공부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는 초등학생이 언제 역사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궁금하시거나 리마인드를 원하신다면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https://brunch.co.kr/@storybarista/38


위 글에서 역사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역사와 친근해지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유적지와 박물관에서의 현장 체험학습을 추천해 드렸어요. 하지만 주변에 유적지와 박물관이 넘쳐나도 부모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랍니다. 몇 가지만 유념한다면 오히려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하기에 유적지나 박물관만큼 좋은 장소도 없으니까요.      


유적지나 박물관 방문  초등학생들은 어떤 기대를  할까요? 만지고 싶다거나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너무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또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것을 힘들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조용하기와 뛰지않기를 요구하는 것도 아이들에겐 큰 스트레스라고 하는군요^^;  아이들의 이같은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너무 많설명이나 재촉을 자제하는 것 정도는 어른들이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요?^^     

           

, 이제 본격적으로 유적지나 박물관을 어떻게 관람할지를 생각해 볼까요? 역사 유적지나 박물관 현장 체험학습을 방문 전, 방문, 방문 후의 세 단계로 나눠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방문 전 단계로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유적지나 박물관 관람이 즐겁고 유익한 체험이 되기 위해서는 미리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준비 없이 건성으로 둘러보게 되면 즐거움도 유익함도 반감되고 말 테니까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무엇을 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지를 먼저 정해야겠습니다. 백제 시대의 유물이 보고 싶다면 국립공주박물관이나 부여박물관을 방문해야겠지요. 신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국립경주박물관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물론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최고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장소가 결정되었다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검색해 관람 안내와 전시 유물을 미리 살펴보아야 합니다. 관람 가능한 날짜와 시간은 물론이고 사전 예약이 필요한 지 여부도 확인해 보아야겠습니다. 인터넷으로 전시된 유물을 살핀 뒤 꼭 보고 싶은 유물을 10개 내외로 정합니다. 이 부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규모가 큰 박물관일수록 아이들은 쉽게 지치고 무엇을 보아야 할지 허둥지둥하다가 정작 보고 싶었던 유물 놓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미리 체험 계획서를 작성해 박물관의 대표 유물과 내가 보고 싶은 유물의 리스트를 작성해 놓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답니다. 우리나라 국립박물관 대부분은 플래시 없는 사진 촬영을 허용하고 있으니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준비하고 목걸이용 작은 수첩과 필기도구도 챙깁니다. 준비가 완료되었으면 이제 박물관으로 출발해 볼까요?^^      

   

두 번째 단계는 유적지나 박물관을 '직접 체험'하는 단계입니다.

우선 안내데스크에 들러 자료를 얻습니다. 동선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체험학습 후 체험보고서를 작성할 때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기본 자료가 되기 때문이지요. 계획을 세울 때 리스트업했던 유물의 위치도 확인해 두어야겠지요? 쾌적한 관람을 위해 모든 사람이 함께 관람하는 박물관에서의 규칙과 예절을 언급해 주는 것은 기본입니다.   

  

박물관은 넓고 많은 정보들이 제공되고 있어서 아이들은 쉽게 지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한번 방문으로 많은 것을 기억하게 하려는 시도는 좋지 않습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전시 룸 하나에 유물 하나 정도가 적당합니다. 모두 10개 넘지 않도록 해주세요.    

  

아이들이 유물을 보는 방법은 ‘유물 발견하기--> 바라보기--> 상상하기(쓰임새, 재료, 제조법)-->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해 보기’의 순입니다. 부모의 과도한 설명보다는 유물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유물에 대한 자세한 지식은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에 계획 단계에서 조사하거나 체험 후 집으로 돌아가 보고서를 작성할 때 더 깊이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 고대관을 방문했다고 한번 예를 들어봅시다.

고대관의 삼국시대 유물은 하나같이 최고 수준의 유물이자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구려실→백제실→가야실→신라실 순으로 이동하다 보면 아이들은 금세 피로를 느낍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들은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조도를 낮춰놓아 어둡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고, 팍팍한 다리를 쉬어갈 수 있는 시설도 많이 부족합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유물이 없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물이다 보니 부모의 입장에선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들에게 박물관에서의 체험은 지루한 기억이 됩니다. 한 번에 끝내려는 마음을 버리고 아이가 움직이는 동선을 부모가 존중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시간을 안배할 수 있도록 지도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가끔 느낌을 묻거나 쓰임새를 상상해 보도록 유도하는 정도가 좋겠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실’에서는 무덤 속 벽화(평안북도 강서군 강서면 강서대묘 사신도)를 보면서 사후 세계에 대한 고구려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봅니다. 각 방위마다 어떤 동물이 지키고 있는지 찾아보게 하거나 동청룡, 서백호, 남주작, 북현무를 따라 그리기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강서대묘 내부의 방위신이 그려진 벽화(6C후반~7C초)입니다. 율동감과 세련미가 놀랍지요?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동청룡, 서백호, 남주작, 북현무/사진 출처- 위키백과)


‘백제실’로 들어가면 방 한가운데에 익산 왕흥사지에서 출토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치미(전통 건축의 지붕 용마루 양 끝에 부착하 대형 장식 기와)가 눈에 띌 것입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연꽃, 구름, 풀 등의 무늬가 섬세하게 새겨 넣어진 뛰어난 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백제 장인들의 우아하고 섬세한 기술은 치미에서 끝나지 않고 각종 무늬의 전돌(무늬 벽돌), 백제금동대향로(촉각유물이 준비되어 있으니 만져보게 합니다)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때 백제 장인의 뛰어난 솜씨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아도 좋겠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를 좋아하면 그것이 발견되고 보관되어 있는 진품을 보러 부여에 가봐도 좋겠다고 운을 띄워보세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꼭 가서 진품을 확인해보고싶다고 한답니다.^^


왕흥사지 출토 치미의 거대함을 보면서 전체 건물의 규모에 대해 대화를 나눠봅니다. 무늬 전돌과 백제금동대향로(진품은 국립부여박물관)의 섬세함,우아함에 아이들은 입을 쩍 벌리지요^^


다양한 철제제품과 상형 토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가야실’에서는 재미있게 생긴 상형 토기들을 따라 그려봅니다. 비교적 형태가 간단해 그리기 어렵지 않거든요. ‘신라실’에서는 입이 떡 벌어지는 신라 금제 장식품들을 만날 테니 마음에 드는 금제품을 사진 찍기 하거나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현대의 보석디자이너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금제품의 디자인과 세공기술인 만큼 아이들의 감탄사를 불러올 것입니다. 지금 사람들처럼 귀를 뚫지 않았던 신라인들이 어떻게 저렇게 화려하고 큰 귀걸이를 귀에 걸었을지 상상해 보라는 주문도 가능하겠네요.^^ 정답을 미리 살짝 알려드린다면 귀걸이에 명주실을 걸어 귓바퀴에 걸었습니다. 너무 간단하지요?^^           

가야실에는 독특한 모양의 상형토기들이 많습니다. 신라실의 스타는 뭐니 뭐니 해도 금제장식품들이지요. 경주 부부총에서 출토된 금귀걸이는 금알갱이를 하나하나 붙여 만든 걸작품입니다.


고구려실부터 신라실까지 고대관을 돌아보려면 최소 1시간 30분은 걸립니다. 그러니 1층-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 2층-서화관과 사유의 방, 3층-조각·공예관과 세계문화관까지 돌아보려면 국립중앙박물관 한 곳만 해도 3~4회는 방문해야 하니 한 번에 다 보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 한답니다.^^;;      

이렇게 학습 계획에 따라 보물찾기 하듯 유물 발견하기를 한 뒤에는 기념품 샵에 들러 필요한 사진이라든가 책, 문구류, 미니어처 등을 구입해 보는 것이 기억을 오래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요?     


자, 이제 드디어 유적지나 박물관 체험학습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박물관 문을 나서는 것이 체험학습의 끝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보고 알게 된 내용을 체험보고서로 남기는 일'은 학습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는 일이니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체험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작성 시점입니다. 체험 당일, 늦어도 다음 날에는 보고서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에서 느꼈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말이지요. 또 현장에서 생겼던 궁금증도 시간이 지나면 잘 기억나지 않으니까요.     

 

박물관에 방문하기 전에 해두었던 사전 조사와 박물관에서 적어온 유물에 대한 정보를 간단하게 정리합니다. 불충분하다면 자료를 더 찾아서 보충하고요. 유물의 이름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는 쉽게 풀어쓰기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신라실의 ‘토우’를 ‘흙으로 만든 인형’으로 이름을 바꿔보는 식이지요.


첨부 자료로 박물관 입장권, 안내자료, 직접 찍은 사진, 그림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형식은 자유롭게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잡지나 신문처럼 만들거나 박물관의 안내자료를 내가 만든다는 느낌으로 써봐도 좋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이번 체험으로 새롭게 알게 된 점, 느낀 점, 반성할 점, 다음 가보고 싶은 장소 등을 함께 적어 마무리합니다.      


이러한 3단계 체험학습 과정은 어떤 유적지와 박물관을 가든 동일합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체험보고서가 쌓여갈수록 아이들은 우리 역사와 우리 전통의 것이 가지는 미와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비단 역사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배양되는 것은 당하겠지요?^^      


이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각 유적지와 박물관이 무료로 제공하는 교육이나 전시해설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의 효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 또한 역사를 접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요. 다만 역사의 흐름을 고려해 가능하다면 시대순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플랜을 세워주는 것이 좋겠지요? 마음만 먹으면 유적지나 박물관 등 현장에서의 체험학습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중요한 건 무엇이든 계속해서 실천해 나가는 꾸준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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