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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오시 Sep 07. 2023

결혼은 하지만 혼인신고는 안돼

이딴 식으로 둘이 하나가 될 줄 몰랐지


 요즘 신혼부부, 공공주택 관련 커뮤니티 Q&A 페이지에 꼭 있는 질문이 있다. 바로 혼인신고 관련 글이다. 이 글은 예전에는 토론과 논란을 야기하는 글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혼인신고 하는 방법? 그런 것이 아니다. 애초에 혼인신고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점이다.


 당연히 결혼을 하는데 그것을 증빙하고 공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행위가 혼인신고인데 안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공식은 이제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이제 혼인신고 안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국룰이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이 처음이기 때문이고, 자신들도 혼인신고를 안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상황이 믿기지도 않고 조심스러워 질문할 뿐 사실 다들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불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알지만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올리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 불이익이길래 기존의 공식을 깨트리느냐, 바로 대출과 자격요건이다.


 대출은 그래도 신혼부부들을 위한 별도의 제품들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 할 수 있지만 터무니없는 기준이 있다. 바로 신혼부부 즉 둘의 연소득 조건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결혼식을 하는데 물론 소규모로 진행하거나 여러 상투적인 것들을 제외하면 저렴하게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려면 하지 작게 하려는 경향은 적고, 아무리 저렴하게 한다 해도 큰 지출이 들 수밖에 없다. 결혼식뿐 아니라 가전 가구, 신혼집 등 어떻게 보면 아직 미혼인 사람들은 결혼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라 판단된다. 각설하고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본이 필요하고 그 자본을 모으기 위한 경제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최소한의 경제력이 갖춰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신혼부부 대출 조건에 맞는 연소득에서 제외된다. 당연히 높은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대출이 주어지면 그것 또한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겠으나, 대한민국 평균 결혼 연령대가 높아졌다고 해도 분명 20대에 결혼하는 인원들도 무시 못할 다수 일 텐데 그들이 완연한 자본이 마련 됐을까? 결혼식 자체만으로도 버거울 수 있는데 신혼집까지 구하려면 대출은 필수 요소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높아져 일반 신용 대출은 어림도 안 나고, 믿을 것은 신혼부부라는 자격으로 그들을 위한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평범하게 결혼식을 준비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신혼부부들은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은행에서는 너무 차고 넘치는 영 앤 리치 부부로 보는 것이다.


 그럼 애초에 돈을 충분히 모으고 결혼을 해야지 없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려 했냐고? 그 말도 맞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일찍 결혼하고 싶고, 지금 연인과의 사랑이 너무 깊어 결혼을 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결혼을 하려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에 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 거지, 그럼 결혼하기 위해서 결혼식 비용 평균 3,000만 원과 신혼집 3~4억 정도는 있는 상태에서만 결혼을 해야 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는 저출산율이네 요즘 사람들 결혼 안 해서 문제다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오고 가게 하는 주범이다.


 대출은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돈을 만든다고 가정하자, 그럼 그다음은 자격요건인데 바로 나라에서 지원하는 공공주택 같은 임대주택 사업의 자격요건이다. 


 돈을 어디서 긁어와서 악착 같이 결혼을 했다고 치겠다. 결국 먹고 자고 쉬고 할 집이 필요한데 신혼부부 중 자가를 가지고 시작하는 부부가 몇이나 되겠는가? 신혼부부 대출도 안 되니 그래도 나라에서 지원하는 정책 혜택 좀 누리기 위해 행복주택을 찾는다. 그런데 이게 웬걸. 경쟁률은 말도 안 되고 요즘에 순살아파트다 뭐다 층간소음이 심하다. 같은 단지여도 차별받는다 이런 흉흉한 소문들은 물론이고 또 그놈의 자격요건에서 해당하지 못한다. 이유는 동일하다. 또 그놈의 연소득에서 제한이 걸려버린다. 이쯤 되면 비통하다.


 결혼은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라는데 설마 그 하나가 연소득인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는 엄연히 둘인데 연소득 수준만 보면 고연봉자 한 명급이다. 돌이켜보면 대출이나 공공주택 요건에 맞는 사람들은 대출 이자나 월세 등을 생각하면 과연 이게 정말 유용한 혜택인가 싶기도 하다.


 해당 문제들이 있다 보니 차라리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식만 올린 채 개별로 대출이나 청년형 주택을 찾는 것이 더 이득이다. 또 신혼부부는 혼인신고 이후 7년이라는 한정된 기간이 있다 보니 요즘에는 결혼식만 치르고, 애가 생기면 그때서야 혼인신고를 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보면 사실 우리나라 출산율은 낮더래도 결혼하는 인구는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전보다는 낮겠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 우리는 모두 각자 공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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