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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오시 Jul 01. 2024

에세이도 결국 트렌드다.

그놈의 메타인지, 미라클 모닝

 언제부터인가 에세이 자기계발서 등에서 목차만큼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메타인지다. 심리학자 존 플라벨(J.H Flavell)이 창안해낸 말인데 여러 단어로 각양각색의 정의를 내린다. 나도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면 쉽게 생각해 '본인에 대한 객관적 분석력' 정도라 생각한다.

이미 옛날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맥락상 같은데 화려해진 단어일 뿐이다.

 수많은 책에서 우리는 메타인지를 길러야 성공적인 삶을 살며 경제적 자유를 일찍 얻을 수 있다는 매혹적인 문장들을 볼 수 있다.

하나 같이 그놈의 메타인지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데 그걸 어떻게 얻는지,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한 것에는 불친절하다. 그래 놓고는 항상 '여러분들도 성공할 수 있어 나같이 될 수 있어!' 이러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그림을 그려놓고 참 쉽지 않으냐며 말하는 어느 화가 선생님이 생각난다.

 성공의 척도인 메타인지는 슬슬 신앙이 되지 않을까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런 세상에 그 누구 하나 메타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낸 사람도 그 정도를 수치화할 수 있는 무엇도 없다. 즉 우리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망상하며 성공이란 목표를 당당하게 걸어가야 한다 이 말이다. 그것도 내가 명확히 겪지 못한 남들의 말을 따라가면서 말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개념이 성공의 키포인트가 되자 웃기게도 세상에 없던 메타인지 향상법, 메타인지를 통한 공부법 등 갑작스럽게 수많은 메타인지 전문가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과연 몇수를 바라봐서 이제 막 각광 받기 시작한 개념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있냐 이 말이다.

 허공에 물감 뿌리며 작품을 상상하며 뿌듯해하는 게 분명 메타인지가 아닐 텐데, 우리는 단순히 성공하고 싶으니까. 그 욕망을 위해 꿀타래 그 자체인 메타인지에 집착하며 하루하루 갓생을 살아가길 원한다.

 또 웃긴 게 메타인지 찬양자 중 좀 잘 됐다 하는 사람들은 항상 일반인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고된 시간을 보냈다. 그 고된 시간 속에서 메타인지를 키워가며 지금 이렇게 급부상 할 수 있었다고들 하는데 이 정도면 만병통치약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힘드니까, 더 나은 삶을 원하니까 자신의 처지에 그 상황을 대입해 몰입하기 시작한다. '나도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면 저 사람들처럼 될 수 있지? 나도 같은 상황이니까!' 하고 말이다. 이쯤 되면 사실 메타인지는 기막힌 스토리텔러 역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메타인지 추종자들이 그 역량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일찍 일어나라던지, 명상하라던지, 가계부를 쓰라던지, 일기를 쓰라던지 말이다. 하지만 개인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같은 몸무게와 신장의 사람들이 똑같은 옷을 입어도 그 분위기가 각자 다르게 나오듯이 모두 같은 틀에 맞추는 것은 무모하다.

그리고 저 방법들을 자기 삶에 녹인다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결국 저 방법들로 생기는 것들이 모두 좋은 습관인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단, 목적과 의미 없이 단순하게 일기를 써야 한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같은 행위의 반복은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메타인지 향상에 좋은 요소를 두 가지로 추려 말해주겠다.

 첫 번째는 기록이다.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왜 했으며 그것을 위해 준비한 것과 그 결과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나 자신의 셀프 피드백을 준다. 맹점은 피드백이다. '오늘 날씨가 흐려서 집안에만 있어서 답답했다' 이것이 일기라면 우리는 이후에 '집에만 있을 때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떤 취미를 만들어 볼지 고민해봐야겠다' 등으로 스스로 피드백을 꽂아줘야 발전이 있다.

이 행위로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와 한 번에 소통할 수 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던 메타인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한단계 높여주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이것은 단순 일기뿐 아니라 가계부, 계획표 등 여러 종류로 나타날 수 있으니 개인이 자신 있는 것으로 한번 해봐라

 두 번째는 꾸준함이다. 메타인지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다소 미련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하루를 틀에 박아놨다. 가령 하루에 운동을 반드시 30분 이상 한다던지, 글을 쓰는데 상황에 따라 뭐 한 줄이라도 쓴다든지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들은 적더라도 꾸준함을 무기로 자신들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작더래도, 아무리 사소하더래도 내가 평생은 하루에 한 번씩은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자. 물론 누워서 알고리즘에 정신 맡기기 같은 것 말고, 생산성 있는 것으로 말이다.

 말로만 보면 어려울 게 없다. 하루에 한 번씩 꾸준하게 기록하면 된다. 그것이 일기가 됐든 SNS가 됐든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생산성을 만들어내느냐 못하느냐는 본인 역량이다.

 더 쉽게 풀어서 말해보자. 그냥 안 하던 짓을 하루에 한 번씩 하면 된다. 본인의 현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아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찾아보며 대리만족하고, 책의 여운에 빠져 그 하루에 다짐만 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 아닌 진짜 자신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란 그림에 조금씩 덧칠하기 시작해라. 작품에 갑자기 예고 없던 큰 선을 그어버리면 작품 자체가 망가진다. 조금씩 작은 부분이라도 세밀하고 정교하게 다듬어가다 보면 언젠가 당신의 인생이란 그림은 몇 단계 더 높아진 작품이지 않을까

 '메타인지를 길러야 해' , '이렇게 하고 있으니 내 메타인지가 올라가겠지?' 같은 소리 하지 말자, 메타인지는 수단이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성공한 이들은 독자의 이해를 위해 메타인지를 차용했을 뿐 그들은 메타인지를 높이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살다 보니 메타인지가 자연스레 향상됐을 뿐이다.

더 이상 수단과 목표를 헷갈리지 말고,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생산성의 요소를 찾는 데 중점을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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