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팀 버튼 특별전》을 통해 살펴본 블록버스터 전시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리얼 액션 블록버스터 OOO 예매율 1위’, ‘할리 우드 블록버스터 대거 개봉!’ 아마 블록버스터가 영화의 한 장르라고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 다. 그러나 블록버스터는 막대한 자본을 들여 제작하고, 대규모 관람객을 불러 모은 대작을 이르는 말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영화 자체가 블록버스터인 것은 아니고, 한 번에 홍보를 터뜨리는 등의 특정한 홍보 방식을 의미한다. 또한 영화계에서나 많이 보던 블록버스터라는 말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대규모 전시를 이를 때 사용하기도 한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자본, 관람객, 흥행과 관련이 깊다. 알버트 엘슨 교수의 “평소에 미술관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게 되는 대규모 대여 전시” 라는 의견도 블록버스터 전시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획 면에서 대략적인 기준은 20억 이상의 자본, 기업의 후원, 최대 물량이 있고, 결과 면에서는 최대 관객 동원, 25만 명 이상, 최대 수익이라고 한다. 최초의 블록버스터 전시는 1972년 대영박물관에서 진행된 《투탕카멘의 유물(The Treasures of Tutankhamen)》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팀 버튼 특별전》은 일종의 블록버스터 전시라고 볼 수 있다(전시의 결과까지 고려하여 블록버스터라고 이름 붙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팀 버튼은 1982년 영화 ‘빈센트’로 데뷔했다. 그 외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유령 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가위손’ 등의 감독을 맡으며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팀 버튼의 예술 세계와 작업들-회화, 사진, 조각, 작업 노트, 편지 등-을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 본 전시라고 생각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DDP의 장소적 특성과 팀 버튼의 유명세답게 전시장 내부에는 사람이 많았다. 연령층도 굉장히 다양했으며, (대화하는 내용으로 짐작해보았을 때) 전공도 각자 다른 듯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팀 버튼 특별전》은 상당히 성공적인 전시인 것 같았다. 유료로 관람했어도 괜찮을 법 했다. 동선도 잘 짜여있었고, 작품의 종류와 가짓수도 많았다. 전시 중간에 큰 규모의 조형물이나 조명을 활용한 특이한 공간을 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관람의 흐름을 해친다거나 방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했던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이나 더서울라이티움의 《아트 오브 뱅크시》 는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말이다. 실제로 《팀 버튼 특별전》과 비슷한 느낌의 전시임에도 《아트 오브 뱅크시》는 최악에 가까웠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대개 비슷한 기준으로 진행된다고 한 다. 첫 번째는 유명한 대가이고, 두 번째는 남성 작가, 세 번째는 주로 회화 작가, 네 번째는 작가의 일대기를 기념하는 듯이 구성된다는 것이 그 기준이다. 유명한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진품이 한 점만 존재한다고 해도) 전시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기에 블록버스터 전시는 이러한 수익 활동 차원에서 굉장히 선호된다고 한다. 관람객이 많아 작품을 충분히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웠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좋게 말하면 미술관의 흥행 보증 수표이다. 또한 관람객을 대규모로 수용할 수 있고, 그들이 ‘하나의 유명한 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한 전시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양식 등을 접할 수도 있다. 이는 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쉽게 나열한 형식이 많다. 그렇기에 연령이나 전공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점도 있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많은 인원을 수용하여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남겨야하기 때문에 상업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념품 샵의 굿즈들과 이를 사도록 유도하는 동선들도 많고, 어떻게 티켓 값이 이 금액으로 책정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또한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거나 타계한 작가들의 전시 빈도수가 높아지면, 그 만큼 신진 작가들의 기회는 사라진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전시 자체의 정보가 적고, 가볍다는 점이 역으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블록버스터 전시도 현 미술계에 필요하고, 여러 유형의 전시들이 어우러진다면 더욱 좋다. 그러나 상업적인, 혹은 이윤이나 흥행만을 목적으로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늘어나는 것은 주의해야할 것이다. 일정한 주기로 기획한다거나, 장소가 가진 특수성에 따라 조율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