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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선임 Mar 14. 2022

[칼럼] 사람은 고쳐 쓰는 것 아니다


저는 사람을 고쳐쓰는게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인터넷 상에서나 오프라인에서 여럿이서 깔깔대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참 마음이 별로에요. 마음같아서는 직설을 내뱉고 싶지만 그냥 씁쓸한 맛만 느끼고 돌아섭니다. 오늘도 비슷한 글을 보아 씁쓸한 마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2016년에 제가 로캣을 만들면서 구성한 인력은 좋은 팀이 아니었어요. 사실 저는 멤버들의 근성과 팀워크만 보고 팀을 꾸렸습니다. 당시에 저는 LG전자에서 9년 7개월동안 일하면서 스펙만 좋고 인성이 글러 먹은 사람들에게 신물이 나있는 상태였거든요. (모두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좀 역량은 부족해도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모으면 나름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제가 잘 헤쳐나갈 것이라 착각했었습니다. 뚜껑 열어보니 왠걸 사업에 관한 역량은 대기업 회사일과 완전히 달라서 저도 매우 미숙했고 당연히 다른 동료들은 저보다도 미숙했지요. 그러니 리더인 제가 대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동료들 역시 각자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부끄럽지만 오합지졸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멤버들은 주종 관계가 아닌 동업 관계였습니다. 처음부터 우리는 팀워크로 뭉친 멤버였으니까요. 그래서 회사의 방향 결정이나 비용 집행에 있어 모두 각자 동등한 의사결정권이 있었습니다.  그런 로캣을 보면서 제 주변 사람들이 정말 수도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걔는 안된다. 걔는 내보내야한다. 사람은 고쳐쓰는 것 아니다.
왜 네가 결정을 못하냐. 네가 대표 아니냐. 짤라라.

그럴때마다 저는 우리는 누가 누굴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파트너이다. 그러니 이 팀에 대한 책임은 공동으로 지는 것이다. 그렇게 주변인들의 말을 잘랐습니다. 그런데 과도한 개발비로 회사가 가라앉기 시작하니 어제까지만 해도 끝까지 가겠다던 사람이 한 명씩 나오지 않더군요.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실망스러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업 자금이 제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그들이 안나와도 딱히 뭐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하려고 했으면 했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결국 로캣은 저 혼자 남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대출 받아 그들의 월급을 준 셈이었습니다. 에혀...그럴 거면 내가 하고싶은데로 휘두를껄 그랬나 하는 후회도 솔직히 들었지만요. 어쨌든 3년도 못갈거라는 로캣은 저 혼자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7년째 징하게 살아있습니다. 가끔 아내가 그 때 이야기합니다. 


'그 당시 오빤 정말 징글징글하더라. 누가 봐도 아닌 사람을 그렇게 끝까지 믿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었는데 그런 오빠를 옆에서 보니까 그런 면이 믿음직스러워 보이더라'


아내의 말을 듣고 전 별개 다 믿음직스러워보이는구나 생각했죠. 암튼 덕분에 저는 짝을 찾았습니다. ㅋㅋㅋ

지금도 저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 시절의 그들은 고생을 많이했습니다. 그 당시에 저도 잘못한게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그들의 인생이 있으니 그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로캣의 폐업까지 함께하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가 함께한 시간까지 내버리고 싶진 않습니다. 저도 입장이 그들과 같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모르니까요. 다만 그렇게 떠나버린 이후의 시간은 그 사람들도 저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저도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 지 잘 모를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그 시절의 스쳐가는 인연이었다 생각합니다. 


이런 혹독한 과정을 겪으면서 제가 배운 것 중 하나는 내가 남을 고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고칠 필요가 없는 좋은 사람이 내 주변에 있을 리도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고쳐쓸 수 없다고 말한다면 누군가도 나를 그렇게 이야기할 겁니다. 그러니 어디가서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라고 스스로를 낮추는 말은 아예 하지 마세요.


저는 이제 모자란다 탓하지 않고 저와 함께하는 사람을 더 훌륭하게 만들어 주는 데에 집중할 겁니다. 누군가를 고쳐내는 일만이 제가 더 이상 고칠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반증일테니까요. 가까이는 제 아내를, 가족을, 친구를,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누군가를.


한줄요약: 내로남불하지말라는 사람이 내로남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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