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계쓰홀릭 Dec 17. 2023

나와 자전거의 역사(2)

소소한 에세이 다섯 번째 과제

  중학교 1학년 때 첫 소풍 장소는 부산시립미술관과 동백섬 일대였다. 교실에서 모였다가 다 같이 소풍지로 떠났던 초등학교 때와 달리, 처음으로 친구들과 소풍 장소로 곧장 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다. 출석체크를 하고 몇 장의 단체 사진도 찍고 도시락을 먹고 난 ‘자유시간’에는 정해진 시각까지 무엇을 하든 상관없었다. 친구들은 광장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타자고 했고, 몹시 당황한 내가 두 발 자전거를 못 탄다고 고백하니 친구들은 나보다 더 당황했다. ‘다들 언제 두 발 자전거를 배웠어? 나만 빼고?’ 하는 억울한 마음도 잠시, 뭐라도 같이 타고 싶었던 나는 보조 바퀴가 달린 18인치 꼬마자전거를 대여했다. 가격은 똑같았고 속도는 조금 느렸던, 보조 바퀴 소리가 요란했던 그 작은 자전거를 타는 내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귀엽다며 웃었다. 나도 같이 웃기는 했지만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경주가 고향인 친구가 같은 과 동기들을 자기네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 원룸 사업을 하셔서 빈 방이 몇 개 있는데 거기서 공짜로 재워주겠다며 소규모 엠티를 연 것이다. 부산에서 방학을 보내던 나는 시외버스를 타고 경주로 건너가 당일치기로 그 엠티에 합류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필이면 자전거를 대여해서 보문단지를 한 바퀴 돌자고 하는 게 아닌가? “나 자전거 못 타는데” 했더니 동기들은 여태 자전거도 안 배우고 뭐 했냐고 핀잔을 주다가 결국 남학생들 셋이 번갈아 가며 나를 태워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다리가 너무나 날씬했던 두 친구는 나를 태운 채 출발조차 하지 못했고 결국 가장 튼튼한(?) 친구가 나를 뒷자리에 실어주었다. 가뜩이나 나 때문에 속도도 안 나고 뒤처지니 미안했는데 덜컹거리는 구간에서는 꼭 미리 예고를 해주는 매너 운전에 마음이 살랑살랑하던 찰나, 천년 고도 경주의 명성에 걸맞게 낡을 대로 낡은 대여용 자전거의 체인이 “뚝” 하고 빠지는 사고가 났다. 앞서가던 친구들도 돌아와 체인을 끼운다고 야단인데, 좀 전까지 약간 로맨틱했던 분위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창피함이 몰려왔다.


  졸업 후 나의 첫 직장은 노원구에 있었다. 서른 살 무렵, 다른 볼 일이 있어 접속했던 구청 홈페이지에서 나는 운명처럼 어떤 공지를 발견했다. 그 제목은 ‘성인 자전거 교실 모집 안내’. 노원구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주 1회씩 총 5회에 걸쳐 중랑천 공용자전거를 이용한 자전거 수업이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직원 야유회로 방문한 남이섬에서 ‘탈 줄도 모르는’ 자전거가 너무나 타보고 싶어서 냅다 2인용 자전거를 대여했던 나. 그러고는 “함께 타 주실 분?”하고 파트너를 구하러 다녔던 나에게 드디어 배움의 기회가 온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와 자전거의 역사(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