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하지만 위대한 소년

25.09.10 호밀밭의 파수꾼

by 밀크씨슬

벽장에 8년간 있던 책을 드디어 열어보았다.

정확히는 같은책을 E북으로 다시 사서 읽었다.



책 줄거리, 서술, 요약본으로 보면 사춘기 소년의 일탈 정도로 알고있던 작품이었다.

생각보다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기 어려웠다.

어쩌면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서

더이상 사춘기 소년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슬퍼진다.



하지만 다 읽고난 지금, 난 주인공이 정말 성숙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셀리와의 대화에서는 본인한테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었고

어린 피비를 존중하는 그의 태도가 나를 미소짓게 했다.

여러 생각끝에 끝내 제인에게 전화하지 못하는 모습도 뭉클했다.

무엇보다도 그 누구에게도 지혜를 구하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 지혜를 구해내기 위해 끝까지 방황한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낸다.

결국 돌아왔지만 그건 세상에 패배해서 돌아온 것이 아니다.

피비를 위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 위해 돌아왔을 뿐이다.



카뮈가 이 소년을 만났다면 정말 좋아했을 것이다.

작가는 아마도 카뮈 작품에 영향을 받았지 않았나 싶었다.

헤세의 싯다르타가 소년을 만났대도 정말 좋아했을 것이다.

앤톨리니 선생집에서 허겁지겁 인사하고 나온 모습이

마치 세존을 섬기지 않고 고빈다와 작별을 고하는 싯다르타와 겹쳐 보였다.






한 소년의 짧은 방황을 감상하고 나니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틀에박힌 익숙한 세상에서 일탈을 해보고 싶다.

그래도 어릴적 하는 가출만은 못할 것이다.

나이가 더 많아지거나 그래서가 아니다.

그냥 우리 자신이 달라져서 그렇다.












문장 모음



어쨌든 이곳의 12월은 마녀의 젖꼭지처럼 춥다.


인생은 누구나가 규칙에 따라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기란다.

마치 죽어 시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티와 춤을 추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이라도 끌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충 뭣같다는 뜻)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은 저 커다란 유리박스에 놓고 그대로 놔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지만, 그 불가능이 너무나 안타깝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그건 우리 자신이다.
나이가 더 많아지거나 그런 게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우리 자신이 달라진다는 것뿐이다.

누구에게든 아무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호밀밭파수꾼.png


작가의 이전글싯다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