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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Apr 20. 2022

4월 20일의 꽃, 배나무

'온화한 애정'이라는 꽃말

 복사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 과실수가 참 예쁘다고 말씀드렸었지요. 오늘의 꽃도 과실수의 꽃이네요. 하이얀 '배나무 꽃'이 새초롬히 청순합니다. 아기자기하며 깨끗합니다.

 꽃이 폈던 자리에 맺는 결실의 열매는 참으로 달고 쥬이시합니다. 과즙이 많은 과일이라 그런지 나무를 키울 때도 물이 많이 필요하다고 해요. 게다가 관리를 살뜰히 해주면 20 동안 열매를 맺는다고 하여 장수와 안식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례상에 쓰이나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전신인 '이화학당'의 '이화'도 배나무 이, 꽃 화 자를 써서 '이화'라죠. 고종황제가 하사한 이름인데 "배꽃 같이 순결하고 아름다우며 향기로운 열매를 맺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명문의 교육기관에 직접 황제가 이 같은 이름을 하사했다니 배나무 꽃의 아름다움과 품위는 이미 증명된 듯하네요.

 애정이라는 단어 자체도 따스한데 거기에 '온화한'이라는 형용사까지 붙으니 세상 마음 따듯하네요. '온화하다'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불교의 '염화미소'가 떠오르며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온화하다를 검색해보았습니다. >

 네이버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마침 첫 번째 사전적 정의의 예문이 예뻐 가져와봅니다.

 "사월은 날씨가 참 온화하지요."

 어제 말했 듯 사월의 한 중간에 있는 지금, 축복 같은 공기의 부드러움에 취할 시간입니다. 네이버도 그걸 알고 있네요. 취합해보면 따듯하고, 온순하며 부드러운 사랑이 '온화한 애정'이군요. 저는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지만, 위의 뜻풀이를 보니 반려견들이 주인을 사랑할 때의 눈빛이 떠올라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만을 사랑하며 그대만을 위로하고 그대만을 바라보는 반려견들의 주인님 사랑! 모든 걸 다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그 눈빛! 사람이 줄 수 없는 그 온화한 애정으로 우리는 치유받기에 랜선 집사들 또한 늘어나는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도 그래요. 우리 집 고양이들은 참 착하답니다. 외출했다 들어오면 야옹거리며 만져달라고 와요. 그래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저를 빤-히 바라봅니다. 사람 같아서 가끔 놀랄 때도 있습니다. 그 눈빛을 저도 찬찬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만큼 위로가 가득 차는 순간도 없더라구요. 다 아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따듯하고 부드러워요.

 애정의 모든 표현은 다 귀중하지만 그중에서도 온화함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눈빛인 것 같습니다. 그저 따스하게 바라봐주는 것. 그 안에서 우리는 온화함을 느낍니다. 천천히 느리게 눈을 깜빡여 주는 움직임 속에서두요. 글을 쓰는 이 와중에도 양 옆에 고양이 두 마리가 제 침대인 양 배를 내놓고 자고 있습니다. 숨소리가 나는 것과 한 공간을 편안히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너무나 온화합니다.

< 둘이 엄연히 다른 고양이입니다. 왼쪽부터 둘째 컬리, 첫째 수봉 >

 배나무 꽃을 이야기하다가 고양이까지 와버렸지만, 의식의 흐름대로도 나쁘지 않으시지요?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그게 누구이든, 무엇이든 간에 온화한 애정을 전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따숩고 부드럽게 바라봐주든, 배나무 꽃 사진을 전송해보든, 철은 아니지만 마트에서 알찬 배 한알 사서 함께 달콤히 깎아먹든 말이지요. 마지막 꺼 좋은 것 같은데요? ^^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 동양배 입니다. 먹음직스러워요. >
< 요기에서 열린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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