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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Apr 24. 2022

4월 23일의 꽃, 도라지꽃

'상냥하고 따듯함'이라는 꽃말

 4월에는 주로 보랏빛 꽃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오늘의 꽃은 보랏빛을 지닌 꽃들 중 익숙하게 보아왔던 아이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홑겹의 꽃잎들이 단정하고 소박합니다. 이에 더해진 연보랏빛의 조화가 소담함을 더하지요.

 도라지는 기관지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여 주로 배와 함께 즙을 내어 많이 섭취합니다. 또 더 익숙하게는 도라지를 고추장에 빨갛게 무쳐 반찬으로 많이 먹지요. 오이와 곁들이면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도라지의 달고 씁쓰름한 맛을 좋아하는데요, 전형적인 'bittersweet'의 태이스트를 가진 식재료 중 하나지요. (저는 저 영어단어가 참 좋더라구요.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혹은 괴로우면서도 즐거운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꼭 인생 같아서요.) 카페에 가서도 '달콤+달콤'은 못하고 '달콤'이면 꼭 싱글 '커피'여야만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 두 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도라지는 제게 참 맛있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도라지 꽃의 꽃말은 '달콤+달콤'이네요. 상냥한데 따듯하기까지. 도라지 꽃은 빛깔과 모양이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 강인한 아이인가 봅니다. 상냥하고 따듯하려면 정말  에너지가 필요할  같거든요. 우선, 타인에게 상냥하려면 웃는 얼굴은 필수고 목소리 톤은 '' 정도에 맞춰야겠죠? 내뱉는 말의 온도도 따듯하게 끓여야 할 것이고  감정의 조절도 일정하게 잘하여  상냥함을 유지해야  것입니다. 후아. 사실 제가 그렇게 살았거든요? 타인에게 항상 상냥하고 따듯하게. 그런데 여느 에세이처럼 그렇게 타인에게 대하라고 말하지 않을래요. '상냥하고 따듯한' 사람이 되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나보다는 타인을 오래 생각하면서 살아야하구요. 저는  에너지를 잘못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공허해지더군요. 나를 비워 남에게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리하게 상냥하고 따듯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하지만 굳이 그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달콤'하기도 힘든데 '달콤+달콤'까지 하려다가는 탈 날지도 몰라요. 상냥하다가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책망도 하고, 따듯하다가도 무례한 상대방에게 화도 낼 줄 알아야 해요. 그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달고도 씁쓰름한 것, 그거 말이에요.


< 도라지 꽃이 만개하기 전 봉우리는 이렇게 풍선처럼 생겼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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