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하고 따듯함'이라는 꽃말
4월에는 주로 보랏빛 꽃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오늘의 꽃은 보랏빛을 지닌 꽃들 중 익숙하게 보아왔던 아이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홑겹의 꽃잎들이 단정하고 소박합니다. 이에 더해진 연보랏빛의 조화가 소담함을 더하지요.
도라지는 기관지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여 주로 배와 함께 즙을 내어 많이 섭취합니다. 또 더 익숙하게는 도라지를 고추장에 빨갛게 무쳐 반찬으로 많이 먹지요. 오이와 곁들이면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도라지의 달고 씁쓰름한 맛을 좋아하는데요, 전형적인 'bittersweet'의 태이스트를 가진 식재료 중 하나지요. (저는 저 영어단어가 참 좋더라구요.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혹은 괴로우면서도 즐거운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꼭 인생 같아서요.) 카페에 가서도 '달콤+달콤'은 못하고 '달콤'이면 꼭 싱글 '커피'여야만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 두 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도라지는 제게 참 맛있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도라지 꽃의 꽃말은 '달콤+달콤'이네요. 상냥한데 따듯하기까지. 도라지 꽃은 빛깔과 모양이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 강인한 아이인가 봅니다. 상냥하고 따듯하려면 정말 큰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거든요. 우선, 타인에게 상냥하려면 웃는 얼굴은 필수고 목소리 톤은 '솔' 정도에 맞춰야겠죠? 내뱉는 말의 온도도 따듯하게 끓여야 할 것이고 내 감정의 조절도 일정하게 잘하여 그 상냥함을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후아. 사실 제가 그렇게 살았거든요? 타인에게 항상 상냥하고 따듯하게. 그런데 여느 에세이처럼 그렇게 타인에게 대하라고 말하지 않을래요. '상냥하고 따듯한' 사람이 되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나보다는 타인을 오래 생각하면서 살아야하구요. 저는 그 에너지를 잘못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공허해지더군요. 나를 비워 남에게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리하게 상냥하고 따듯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하지만 굳이 그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달콤'하기도 힘든데 '달콤+달콤'까지 하려다가는 탈 날지도 몰라요. 상냥하다가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책망도 하고, 따듯하다가도 무례한 상대방에게 화도 낼 줄 알아야 해요. 그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달고도 씁쓰름한 것, 그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