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다음 문장을 채워보라.
예술은 ( ) (이)다.
예술은 장난이다. ------------------------ (그래피티 화가 뱅크시)
예술은 사기다. --------------------------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예술은 비즈니스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어떤 말이든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참 어렵다.
그래도 한 번 생각해볼 수는 있다.
예술은 무엇일까? 다양한 정의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범위를 좁혀보자.
만화는 ( ) (이)다.
당신은 만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만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기원전 1만 5천 년 전의 동굴벽화에서부터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
글이 아직 없던 시절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 당시 이 그림은 생존과 관련된 교육의 한 방법이 되었을 수도 있다.
즉,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림을 보며 열심히 사냥을 했으리라.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의 시작을
1909년 6월 2일 <대한민보>에 이도영의 시사만화를 처음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 만화의 역사는 무려 110년이 넘었다.
만화는 스토리가 있으면서 의도된 순서대로,
칸들로 이루어진 그림과 글의 조합이다.
즉, 만화는 이미지와 상징이 가득하고,
글을 통해 문학적 요소 또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만화는 종합예술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는 불구하고, 만화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지만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천대받아왔다.
폭력적이다, 선정적이다는 이유로 먹어서는 안 되는,
먹으면 큰 일이 나는 불량식품 취급을 받아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고 무시해왔다.
어른이 되어 만화를 보면 철이 들지 않았다는 시선이 따가왔다.
만화의 역사를 돌아보면 아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른들이 보는 신문에 실려 시대의 아픔과 현실을 풍자하고 희화하면서
계몽적인 성격이 강했다.
만화의 소비자는 교양과 지식을 갖춘 어른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만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자신들의 부패와 무능을 보여주는 만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리고, 그들은 검열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역으로
통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도구로 만화를 이용해 훈육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만화는 목적을 가진 수단으로 사용되며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부정적인 인식을 담은 채.
한 때 일본의 문화가 개방되면서 만화 붐이 일기도 했었다.
<드래곤볼>을 필두로 해서 <슬램덩크>, <노다메 칸타빌레>, <H2>, <몬스터> 등.
재미있게 만화를 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뭔가 허전했다.
일본의 만화를 보고 있노라니,
우리 만화는 왜 없을까? 아쉬웠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에 스토리가 좋은 만화들이 많이 등장했다.
문정후의 <용비불패>, 박성우의 <천랑열전>, 천계영의 <오디션>이 연재되었고,
그 뒤 일본 만화를 뛰어넘는 작품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만화들이 등장했다.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 강풀의 <아파트>, 박흥용의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최규석의 <습지생태 보고서> 등.
이러한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우리 만화의 예술적인 면모가 인정받기 시작했다.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는 뮤지컬로,
강풀의 <아파트>와 박흥용의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은 영화로 제작이 될 정도로.
유럽의 만화는 그래픽노블을 중심으로 해서
예술성을 강조한 작품들이 많고,
미국의 만화는 마블과 DC를 중심으로
산업화된 만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은 유럽의 예술성과 미국의 산업성을 절충한 형태를 띄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 만화는 현재 웹툰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어 웹툰 수출 산업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에서도 꾸준히 우리 만화를 홍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김금숙의 <풀>이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하비상을 수상할 정도로
세계에서도 우리 만화가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비상을 수상한 <풀>은 나중에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할테니 끝까지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