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ick Jun 24. 2022

만화의 사전적 의미

어린 시절부터 참 만화를 좋아했다. 

좋아하는 만큼 많이도 보았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그만큼 많이 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어느 누구도 만화에 대해 알려준 기억이 없다. 

그저 어른들은 만화는 공부에 방해되니 보지 말라는 

만화억제정책을 펼치기만 해 왔다.      


책은 그렇게 읽으라고 하면서 왜 만화는 안 되는지 

논리적으로 설득당할 정도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만화책도 책이다. 

요즘에는 웹툰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당연히 웹툰도 보지 말라고 한다. 

인생을 살며 만화나 웹툰을 단 한 번도 보지 않고 지내온 사람들이 있을까?      

물론, 만화나 웹툰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안 본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화나 웹툰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직까지 좋은 만화, 

좋은 웹툰을 만나지 못한 것 아닐까? 

이제 몰래 읽지 말고 당당하게 읽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만화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나온다.             

        

만화2[漫畵]


1. (기본의미) 여러 장면으로 이어져 이야기 형식을 가진 그림. 대상의 성격을 과장하거나 내용의 일부를 생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간명하게 드러낸다.

  (예문) 정숙이는 어렸을 때 공부는 안 하고 만날 만화만 보았다. 

           4단짜리 신문 만화에는 그날의 화제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영준이는 만화로 된 역사책을 읽고 역사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2. 붓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

3. 웃음거리가 되는 장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전적 정의를 보면, 

그림으로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 만화 인 것이다. 

그리고, 눈에 뜨였던 것은


 ‘붓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


이라는 설명이다.      


만화(漫畵)의 ‘漫(만)’은 '마음대로'라는 뜻으로 

특정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그린 그림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들이 있다. 

일정한 형식 없이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만담(漫談)이나, 

특정한 형식 없이 쓴 글을 만필(漫筆)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렇게 붓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그린다는 점은 낙서와도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만화의 기원에 대해 이집트인들의 벽화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그림으로 서로 소통을 하고, 정서를 공유하고, 

서로 공감하는 것이 바로 만화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마음 가는대로 상상도 할 수 있고, 

과감하게 과장도 생략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예술 장르 중에서 이렇게 편하게 붓 가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시도 소설도 음악도 영화도 어느 정도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시는 운율이나 함축적 의미가 중요하고, 

소설은 인물, 사건,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아무나 시를 쓸 수 없고, 

아무나 소설을 쓸 수 없기에 작법을 배워야 

비로소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만화는 그냥 그리면 된다. 마음껏.         


     

<대학일기>라는 웹툰을 보면,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 엉성하게 대충 그린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신기하게 읽다보면 공감이 되는 장면들이 많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그려진 이 만화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된다. 


예를 들어, ‘영원히 고통 받는 기말’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보면, 

단 두 컷이 전부이다. 

그 중 첫 장면은 ‘이제 공부 좀 해 볼까’하는 

주인공의 의욕 넘치는 장면을 대충(?) 그려 놓았다. 

그리고 두 번째 장면은 첫 장면과 달리 책상 위에 책들은 덮어져 있고, 

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주 자연스럽고도 편하게,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독자들은 이 두 장면 사이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읽어낸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만화에서는 칸과 칸 사이의 공백이 중요하다. 

이것을 읽어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웹툰에서는 스크롤을 내리며 다음 장면을 잔뜩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간다. 

이렇게 만화가 칸(또는 스크롤)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독자가 칸(또는 스크롤)들 사이의 맥락을 

독자 나름의 논리력으로 채워가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만화는 그림 그 자체보다도 

맥락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어느 매체보다도 

독자들의 상상력과 논리적 구성력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참 좋은 교육 매체 아닌가? 

작가의 이전글 만화는 수준이 낮은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