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과거의 사람들에게도 미래는 언제나 불안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기는 아무도 10년 20년 뒤에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시대인 것 같아요.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거대한 변화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와중에 오는 이 무력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요즘 제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고민이고, 그래서 오늘은 제가 이 고민들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많이들 그랬겠지만 어릴 적부터 저는 주위로부터 많은 경고를 들었어요. 지금 공부를 안 하면 나중에 큰일 난다거나, 어느 대학쯤은 들어가 줘야 그나마 먹고살 수 있다거나, 예술가 계열의 직종은 굶어 죽기 딱이라던가. 이건 되고 저건 안되고. 아직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를 때는, 주위에서 겁을 너무 주는 바람에, 두려움에 기반한 꿈을 꾸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그걸 정말 원한다고 착각하게 돼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노력해서 도달하려고 했던 그 꿈은,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지옥 같았고, 꿈을 이뤘을 때 엄청난 허망함이 밀려왔어요. 그런 꿈은 이룬다고 해도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바로 저기까지만 가면, 다 끝이야. 그러면 나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그런 마음으로 갔는데, 굶어 죽기 전에 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는 줄 알았어요.
요즘은 또 내가 5년 10년을 바쳐서 전공한 분야가 10년 뒤에 여전히 존재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겨우 꿈을 이뤘는데, 그 직업이 사라지면 얼마나 억울해요. 그 시간은 누가 보상해 줘요? 늘 인류가 언제라도 멸망할 것 같은 불안함 속에 사는데,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그런 노력이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하면서 정말 앞이 안 보이는 깜깜한 어둠을 걷는 기분으로 지난 몇 년을 보냈어요.
그렇게 스스로를 추스르고 나서 요즘 제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두려움에 기반한 일인가 열정에 기반한 일인가'예요. 이 질문은 제가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알려주는 나침반과도 같아요. 두려움에 기반한 꿈이 사라진다면 그때까지 보낸 모든 시간이 허망하게 느껴지겠지만, 열정에 기반한 꿈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잃을 게 없어요. 내가 열정으로 보낸 하루는, 아무도 제게서 빼앗아가지 못해요. 제가 그렇게 하루하루 채운 삶은 아무도 제게서 앗아갈 수 없어요. 세상이 변하는 건 제가 바꿀 수 없지만, 제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는 바꿀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하루하루, 내가 모든 걸 잊어버리고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느냐 찾지 못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그 몰입이, 나를 굶어 죽지 않는 곳으로 인도해 줄 거라는 믿음도 필요한데... 이미 인류멸망이 너무 가까이 와있다고 느끼는 와중이라 오히려 굶어 죽는 걱정은 덜 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지식을 가르칠게 아니라,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많은 경험을 해보도록 해주는 곳이 학교여야 하지 않나.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학교 다 졸업하고 나서 고민해 보는 것 같아요. 너무 이상해요. 그래서 이 열정을 찾는 것 자체도 또 큰 문제죠...
아무튼 저는 이런 결론에 도달하고서,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어요. 다른 분들은 어떤 답을 가지고 살아가시는지 궁금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