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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다섬 Jun 13. 2023

[교단일기] 용수철 저울  


"오늘은 이번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용수철저울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이들과 과학 시간에 용수철을 이용한 간단한 저울 만들기 수업을 하였다. 아이들은 실제 용수철저울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과학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신 준비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추측할 수 있었다. 재료 하나하나 진지한 눈빛으로 살피고 용수철저울을 만들어 가는 아이들의 손놀림이 평소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비장했다.


"용수철저울에 아무것도 매달지 않았을 때의 눈금을 0g으로 표시하고 바둑돌 4개를 매달았을 때 20g으로 표시할까요?"


생각보다 바둑돌의 무게가 작아서 용수철이 늘어나지 않아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들과 눈금을 찾을 방법을 고민하고 우리는 문제를 해결했다. 청출어람이라고 아이들은 선생님보다 영리하게 0과 20 가운데에 10g 눈금도 그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저마다의 용수철저울을 완성하였다.


"선생님~이거 만든 거 집에 가져가면 안 돼요?"

"당연히 되지."

"오! 진짜요?! 감사합니다!"


오늘 만든 저울이 마음에 들었는지 몇몇 아이들이 내게 와서 저울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내 대답을 듣고 신난 발걸음으로 아이들은 교실에 있는 온갖 종류의 물건들의 무게를 재기 시작했다.

물건을 넣기 위한 지퍼백에 가득 차도록 넣는 아이, 15g에 무게 맞추기 게임을 하는 아이, 저울을 꾸미는데 바쁜 아이. 저울 하나에도 보이는 모습이 참 다양하다. 우리반 아이들 모두가 빛나는 눈빛으로 즐겁게 활동을 하고 있는 이 모습을 무게로 재어본다면 몇 g이나 될까? 배움을 매단 아이들의 용수철이 늘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 행복 저울의 무게가 쑤욱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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