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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flow Oct 06. 2024

너무 시끄러운 고독

책을 향한 온전한 러브 스토리



1960년대 공산주의 체제하의 체코 프라하가 배경인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보후밀 흐라발(1914~1997)의 자전적인 영감에서 탄생한 소설이다. 흐라발은 42년 동안(1948~1990) 체코를 지배한 공산주의 체제의 감시 아래 글을 쓴, 삶이 몹시 파란만장했던 작가다.  -중략-
그의 책들은 금서로 분류되어 말년에 이르기까지 출판이 금지되었다. 그래도 흐라발은 끝까지 조국 체코를 떠나지 않고 체코어로 글을 썼는데, 그와 동시대를 산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1929~ 2023)가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기까지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옮긴이의 말-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주인공 한탸의 일인칭 고백으로 전개된다. 한탸에게 책은 그의 삶 전부였다. 책은 고독을 피할 수 있는 안식처이자, 삶의 희망이었다. 이는 한탸의 책에 대한 진실하고도 온전한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 날이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완독 한 그날, 출근길에 문득 한탸가 떠올랐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한탸에게 너무 깊이 감정이입한 탓일까, 아니면 가을이 불현듯 찾아와서일까?


전쟁과 세계의 혼돈을 '시끄러움'에 비유하고, 고독은 자기 침잠의 세계로 묘사된다. 그 중심에는 책이 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제목마저도 아름다운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보후밀 흐라발은 자신이 이 세상에 온 건 이 책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온라인 독서모임 '다정한 책생활'에서 함께 읽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었다. 다정한 멤버분들의 감상평이 소중해서 함께 나누고 싶다.

▪️계속해서 화면이 흔들리는 독립영화를 보는 것처럼 숨죽이며 읽었다.
▪️한 인간이 정말 온전히 자기 삶을 살다가는 모습을 절절하게 지켜봤다.
▪️한탸의 결정이 성스러운 통과의례처럼 느껴졌다.
▪️매일매일 책과 함께하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전율했던 한탸의 고독한 삶이 비로소 더 높이, 멀리 비상했다고 위안한다.
▪️마지막 장을 읽은 직후에는 엄청 슬펐다. 그런데 이토록 사랑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없으면 나의 본질이 사라지는 그런 것이라면, 한탸의 선택은 아름다운 결말이다.
▪️35년간 책의 종말을 지켜보다가 결국 책 그 자체가 되어버린 한탸.


▪️당분간 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온전한 사랑 이야기 한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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