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은 비행기 표를 손에 쥐고 설렘 속에서 여행을 떠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여행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 삶에 숨겨진 또 다른 풍경과 이야기를 펼쳐 보이며, 그 안에서 '관계'라는 특별한 여정을 그려낸다.
권혜경 저자는 여행사를 운영하며 오대양 육대주의 70여 개 나라와 수많은 도시를 걸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저자가 지나온 길을 따라 여행자의 눈으로 세상을 마주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고, 익숙한 듯 낯선 감각들이 나를 감싸왔다.
저자가 소설 <설국>의 배경인 니가타를 찾았을 때, 나도 상상 속에서 폭설의 경이로움을 마주한다. 차가운 눈송이들이 조용히 내려앉을 때 세상은 숨을 죽이고 고요로 가득 찬다. 온몸에 눈의 풍경을 담고 찾은 료칸에서 온천물에 몸을 녹이는 순간의 나른함은 상상만으로도 따뜻하다. 나에게도 폭설의 기억이 있다. 몇 해 전, 제주도에서 만난 폭설은 뜻밖의 선물 같았다. 동백수목원에 내린 눈은 붉은 동백꽃과 어우러져 그림처럼 아름다웠고, 눈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바스락 소리는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아를에 도착한 저자가 고흐의 그림 <밤의 카페 테라스> 속 그곳에서 와인 한 잔을 마셨을 때, 나는 고요한 밤하늘과 별빛을 상상해 본다. 그림 속 카페의 공기는 시간을 멈춘 듯 고즈넉하고, 고흐의 붓끝에서 피어난 색채가 어깨 위로 쏟아질 것만 같다. 하지만 여행이란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짜 여행의 의미는 사람에게서 발견된다. 길을 잃었을 때 도움을 준 낯선 이, 위로를 건넨 작은 친절들이 여행을 진정 가치 있게 한다. 저자가 길을 헤매고 도난을 당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만난 현지인의 도움은 그 무엇보다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다. 삶이 예측할 수 없듯, 여행 역시 뜻밖의 만남과 관계로 완성된다.
책을 덮고 나니 나만의 여정을 그리고 싶어졌다. 여행의 설렘은 낯선 땅에서 시작되지만, 그곳에서 만난 인연과 감정이 여행을 더욱 깊고 아름답게 만든다. 결국 삶도 마찬가지다. ‘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라는 신호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초대장일지도 모른다. 이제 나만의 여정을 떠날 준비를 할 차례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든,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만은 놓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