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andering Sadhvi Nov 28. 2024

You Are Lucky

9년 전의 일이다.  2015년 코펜하겐에 5년 임기의 보직을 받아 왔다.  다소 생경하지만 북유럽 선진국의 새로운 도시에서 일하게 된 것에 대한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더군다나 그 바로 전 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하고 온 직후여서 살기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된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더욱 컸다.  


그런데 초기의 기쁨과 설렘도 잠시, 새로 일하게 된 부서 분위기가 나와 너무 안 맞았다.  텃세가 심했다.  그래서 삼십 후반 그것도 가족도 없이 싱글녀로 가게 된 코펜하겐은 나에게 아주 우울한 곳이 되어버렸다.  5년 임기로 간 곳이었지만 1년만 어떻게 버티고 탈출할 방도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1년 만에 탈출 성공했다.)


세계행복지수 1, 2위를 다투는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서 나는 아마도 가장 불행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신과를 찾아갈 지경이었다. 아프가니스탄도 버텼던 내가 덴마크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밤에 잘 때 귀신 꿈도 꾸고 자주 공황상태에서 잠을 깼다. 덴마크 여성인 정신과 의사는 나와 공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 같은 삶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나와 공감할 수 있었겠는가. 두 번 상담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설명을 너무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 입이 아파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어느 주말 기분 전환도 할 겸 코펜하겐의 유명 쇼핑가 스토뢰엣을 걷고 있었다. 멍하게 걷고 있는데 머리에 터번을 쓰고 안경을 쓴 어느 인도 중년 남성이 내 옆으로 지나가면서 순간적으로 내 눈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옆으로 지나 가는 순간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칠 사람이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그 남자분을 제대로 쳐다보거나 반응할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본인의 검지 손가락으로 본인 눈썹 사이를 톡톡 치며 이렇게 인도식 발음으로 분명히 똑똑히 말했다. "You are lucky."  


사진에 있는 바로 저 지점이었다.  순간 정신을 차리고 이게 무슨 상황일까하며 뒤돌아 봤을 때 그분은 이미 어디로 들어갔는지 아니면 인파에 가려서인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거의 10년 된 이 일은 오늘날에도 너무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아직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창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기운 내라고, 너는 러키 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나에게 상기를 하기 위해 하늘에서 보내진 천사였던가?  인도 아저씨의 모습으로?  


Photo by Sandy Millar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