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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규간호사J Jul 22. 2023

제주도 말고 거제도

여름과 섬 그리고 바다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녹음이 푸르르고 매미가 울어대는 여름이다.


어릴 적부터 "겨울은 옷을 껴입으면 되지만 여름은 알몸으로 다닐 수 없지 않냐!" 외치며 여름을 싫어했던 나지만 30대를 초입에 두고 여름의 매력을 속속들이 알아가고 있다.


겨울은 집 안에서 생각에 잠겨 고요하게 있을 수 있는 계절이라면 여름은 생동감 넘치는 따뜻한 기후아래에서 젊은 분위기가 넘쳐난다.


이런 계절에 집에만 있는 것은 아무래도 사치일 것이다. 무더운 날씨 탓을 하며 잔뜩 늘어지다 보면 기운도 더 없어지고 우울해진다.


그래 밖으로 나가자!


풀들이 어우러지는 산으로 놀러 가는 것도 좋지만
 여름 하면 역시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다.


제주도는 부담스럽고 바다는 보고 싶다면 이번에는 거제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거가대교의 왕복 입장료 2만 원을 하이패스에 충전하고 차에 몸을 실어보자.


거가대교를 달리다 보면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가 우리를 환영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드라이브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여행의 시작과 끝은 식도락! 거제 하면 멸치 멸치하면 거제 아닐까?

두 명이서 3만 원으로 섬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멸치 쌈밥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멸치를 싸 먹는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멸치볶음의 맛이 아니라 고소하고 매력적이었다.

입안 가득 쌈을 오물 거리며 쌈들 사이에서 가냘프게 누워있는, 이제는 금추가 된 상추의 가격을 생각해 보았다.


쌈밥의 매력은 먹고 나서 오는데 더부룩하지 않아서 속이 편안하다.

이제는 느끼하고 짜고 매운 음식보다 속이 편한 음식이 더 당긴다.

나이를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김치와 된장, 고추장을 찾는 것을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토종인가 보다.


거제도에는 멸치 식당이 많은데 멸치 하면 거제도의 프린스 앤초비 김영삼 대통령이 생각난다.

잘생김+멸치집부자+똑똑함 미덕체를 다 가지고 있었던 김영삼 대통령..

요새 유행한다는 로맨스 판타지의 현대풍 주인공이 되어도 손색이 없다.

남부대공 프린스 앤초비..?


음식점 가까이에 있는 예쁘기로 유명한 카페를 방문했다.

예쁘긴 하지만 일본식 주택이라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요새 거리에 일본식 건축물이 늘어나는 것이 아쉽다. 무조건적인 반일감정이 아니라 한국에서 한국적인 멋을 가지고도 충분히 예쁘게 지을 수 있는데도 다른 나라의 멋을 따라 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경주는 예전부터 문화재로 유명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황리단길에서 무분별하게 보이는 일본식 건물을 보며 아쉬울 때가 많다.


거제도에는 특색을 살린 음료가 많다.

바다를 끼고 있다 보니 주로 파란 음료가 많이 보이는데 독특하게 느껴졌다!


도시와 시골 바다가 섞인 특색 있는 미관과 음식들을 보면서 제주도처럼 거제도도 관광 도시가 될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아직까지는 조선업의 이미지가 크다. ^^;;

조선업이 쇠퇴하고 있는 요즘에는 관광지로 더 개발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섬이라는 특수한 상황임에도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리면 어떨까?



매미성은 독특한 관광지인데 성채라고 함은 보통 군사적인 목적으로 과거에 지었던 문화재가 남아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매미성은 태풍 "매미"로 인해 농작물을 잃고 화가 난 백순삼 씨가 돌을 쌓았고 그것이 거대한 성채가 되어 거제도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백순삼 씨는 아직도 홀로 성채를 쌓고 있는데 이것이 불법 증축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법 하지만 사실상 거제시 입장에서 4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 협의하에 벌금을 나눠서 내고 주인을 거제시장으로 양도하였다.


부산과 가깝기 때문에 부산에서 온 관광객들과 웨딩촬영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 찾는다.


남해바다(몽돌해변)와 거가대교가 보이는 시원한 배경이 인상적이다.


꺼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이탈리아 화덕 피자집으로 향했다. 저기 보이는 동그란 화덕에 피자를 구워주는데 한국식 입맛에 맞춘 피자가 아닌 정말 외국식 피자집이기 때문에 K피자를 좋아하시는 부모님들과 간다면

"이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인데"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손님들도 주로 외국인들로 북적였고 아르바이트생들도 외국인이 많았다.


거제 어디서든 보이는 앤초비(멸치)로 만든 피자와 K파스타가 아닌 원래 레시피처럼 크림이 아닌 계란으로 맛을 낸 까르보나라를 시켰다. 늘 익숙한 것만 먹고 새로운 음식에 시도하면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요새는 조금이라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나도 몰랐던 입맛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시도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원시원하게 큰 카페에서 바다색 크림 라떼를 즐겼다.

크림라떼에 올려진 꽃은 먹으라는 건지 미관상 목적인지 몰라서 빼고 먹었다.


이제는 좁은 카페는 답답하게 느껴진다. 농촌과 바다에 위치한 커다란 카페에서 음료와 음식을 먹는 것이 요즘 유행이다. SNS에 예쁜 사진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보다는 좁은 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잘 모르겠다.


비가 많이 온 탓인지 바닷물 색이 탁했다. 못생긴 색깔일지라도 햇빛은 늘 변함없이 파도를 향해 자애로운 빛을 나눠준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햇빛이나 달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파도는 물비늘 또는 윤슬이라고 한다. 직관적인 단어인 물비늘보다는 왠지 윤슬이 더 매력적이다. 윤슬을 네이버 국어사전에 치면 고향 땅의 봄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은 아름답다는 문장이 나온다. 청년들의 모습보다는 외국인과 조선업 노동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제2의 도시라는 부산마저 일자리가 없어 서울로 향한다는데 거제도의 청년들은 갑갑한 도시 생활에서 고향 땅 거제에서 바라보던 윤슬을 그리워할까?  


남들처럼 여행글을 잘 정리해서 써보고 싶었지만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붙이면 뭔가 짬뽕된 글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들을 솔직하게 써보고자 노력한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꽃도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잎을 틔우며 노력해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찾듯이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나도 명필가는 되지 않는다 해도 메ta몽처럼 비슷하게나마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나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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