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성인 ADHD 그리고 우울증>
항상 나는 머리가 몽롱했다.
어렸을 때는 특유의 부산스러움으로 학교에서 문제아로 취급받고 선생님들의 경멸섞인 눈빛을 받는 일상이 지속됐다. 의자에 앉아있지 못하고 항상 책상 앞에서 트월킹을 췄다.
(트월킹이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내가 먼저 췄을 것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나는 일명 알코올 쓰레기로 불리지만 술을 먹지 않아도 내 정신은 항상 취한 상태였다. 아무런 자극 없이도 몽롱하게 있는 시간이 많았으며 그 덕분에 예민한 성격으로 사람들을 대했고 인간관계도 엉망이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를 갈구하며 내가 필요한 것을 줄이면서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돌리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었다. 누군가와 트러블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항상 참고 또 참다가 마지막에는 손절하는 인간관계가 20여년간 이어졌다.
그래도 이런 이상한 나와 함께 세상은 잘 흘러갔다. 두 번 정도 자살 시도를 했고 모든 집단에서 열등생이었지만 사는데 “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나만 고통스럽고 나만 참으면 괜찮았다. 그래야 했다.
정신 간호학 수업에서 우울증, 조울증, 강박장애, ADHD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교수님은 “누구나 정신 질환의 증상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학생들도 “나도 이렇다”는 말을 하면서 공감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한 두어개가 아닌 모든 증상이 해당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의학과에서 중증 우울증과 성인 ADHD 그리고 ADHD 증상에 흔히 수반되는 강박장애 진단을 받았다.
한 번도 내가 정신질환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남들보다 내가 의지가 약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생각뿐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인생이라는 대회에서 남들이 혼자 달리고 있을 때 나는 1인 3각을 하고 있었다.
내 왼쪽에는 우울증 오른쪽에는 ADHD가 있었다.
그즈음부터 증상이 심하게 다가왔다. 모든 것을 회피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대했으며 숨 쉬는 것조차가 고통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동안 그 속에서 그저 나는 매 순간 부유하는 덩어리일 뿐이었다.
심한 우울증으로 응급실에 5번 정도 실려 간 뒤로 더 이상 내 달리기 동반자들을 부정할 수 없었다. ADHD도 나고 우울증도 나야. 받아들인 순간, 함께 달리던 친구들은 나에게 합쳐졌다.
이인삼각이 아닌 독주로 다시 시작하는 달리기 이미 다른 이들은 저 앞에 가 있지만 늦으면 어떠리, 일찍이 길을 가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늦게 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는 내가 맨 무거운 가방끈을 세게 조이고 흐트러진 신발 끈을 조였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나는 남들보다 저 멀리 뒤처져있고 정신질환 증상이라는 무거운 가방도 메고 있지만 천천히 워밍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치료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