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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규 Oct 14. 2024

외로운 반려견

출퇴근 시간 조절 가능한 자영업자

"아빠, 심심해요. 일찍 돌아오세요."


우리 [연금]입니다. 몰티즈입니다. 나이는 만 3년 되었습니다. 제가 출근하면 혼자 집에 있어야 합니다. 게 싫어서 출근 시간을 조금 늦추고 있습니다. 이른 점심 먹고 12시경에 집을 나섭니다. 출근시간을 이렇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자영업의 장점입니다.


요즘에는 저녁 약속도 거의 안 합니다. 할 사람도 없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내가 나이 먹었습니다. 집에 일찍 가서 가족과 함께 저녁 먹고 산책을 다닙니다.


혼자 있을 연금이 생각에 귀갓길 발걸음이 바쁩니다. 대부분 6시 이전에 집에 돌아옵니다.


집에 있어도 일을 합니다. 핸드폰으로 업무 전화받고, 컴퓨터로 일합니다. 어디서든 업무가 가능합니다.


반려견 이름이 연금이인 이유는 국민연금 생각하고 지어낸 것입니다. 우리 둘째 딸 아이디어입니다. '마음에 들면 국민연금, 안 들면 가택연금'이랍니다.  


사무실에 데리고 다니고 싶습니다. 혼자 두기 싫어서... 그런데 대중교통 타는 게 힘들어서 포기하고 있습니다. 개를 버스 태운다고 싫어할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그래도 연금이는 양호한 편입니다. 그전 개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살았습니다. 온 식구들이 출근하고 학교 가느라고 낮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마 우울증 걸렸을 것 같습니다. 강아지를 키울 조건이 안 되는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강아지를 키웠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혼자 있기 싫어하는 반려견의 표정이 읽힙니다.


와이프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강아지를 싫어했습니다.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연금이 때는 다릅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아지를 귀여워합니다.


연금이는 기특합니다. 침대에서 자도 절대 배변 실수를 안 합니다. 어릴 때 한두 번 한 이후로는 실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편합니다.


말귀도 잘 알아듣습니다.


"연금이 목욕시킬까?"

"귀청소시킬까?"


다 알아듣습니다. 목욕, 귀청소 등 자신에게 귀찮은 일 시킬 것 같으면 거실 소파 위에 있다가 얼른 소파 밑으로 들어갑니다. 까까 준다고 하면 냉장고 앞에 먼저 가서 앉아 있습니다.




사진처럼 벌렁 누워서 자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가 자신의 약점인 배를 노출시키고 잔다는 것은 주위환경을 완전히 신뢰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려견은 인간의 오래된 벗입니다. 늑대를 길들인 것이라고 합니다. 늑대 중 인간에게 유순한 종자가 발전해서 오늘날의 반려견이 되었답니다.


평생 곁에 둘 수 있는 친구입니다. 나 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주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루 종일 쳐다봅니다. 주인 쳐다보는 게 강아지가 주로 하는 일입니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꼬리를 살살 흔듭니다. 까까라도 주면 너무 좋아합니다.


반려견은 어린이의 정서 발달에 도움 됩니다. 노년기에도 그만한 벗이 없습니다. 자식이야 따로 살면 얼굴 보기도 힘들지만, 강아지는 항상 곁에 있습니다.


벽을 보고는 말을 안 해도 강아지를 보면서는 말을 합니다. 못 알아듣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상하게도 동물에게는 말을 겁니다. 그래서 말 벗 없는 노년기에 반려견이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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