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결국 통합니다
2024년 10월, 오래 진행되던 행정사 업무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영업 승계권 관련 업무입니다.
3달 전 휴일에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선친이 운영하던 가게의 영업 승계권 문제를 해겷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들이를 나가서 외부에 있었기 때문에 메시지에 바로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나에게만 보낸 글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여러 행정사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최동규 행정사 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며칠 전에 영업 승계권 관련해서 자료 보냈는데, 답이 없으셔서요."
"여러 행정사에게 보낸 자료인 줄 알고 답을 안 드렸습니다."
"아니예요. 최행정사님에게만 보낸 자료입니다. 최행정사님이 국회 보좌관 출신이던데, 그 경력이 마음에 들어서 의뢰를 했습니다."
"답을 바로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맡겠습니다"
"관련 자료 보내 드릴께요."
일단 보내온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구청에서는 유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의뢰인은 상속 받아서 영업을 빨리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해당 부서를 찾아갔습니다.
주무관과 오랫동안의 토론 끝에 문서로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며칠에 걸쳐 왜 가게 운영권을 빨리 넘겨야 하는지, 구청에서 지연하는게 왜 근거가 없는지를 글로 2차례 정리했습니다. 의뢰인은 지방에 거주 중이라서 주로 전화와 메시지로 연락했습니다.
의뢰인과 전화 통화 중 내가 감사담당관 출신이라고 하니까 의뢰인이 좋아했습니다. 본인이 공무원과 얘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이 공무원들이 감사과를 의식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감사과에서 뭐라고 한다, 그래서 못해 준다'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공무원은 감사과를 많이 의식합니다. '감사 받을까봐 겁 나서 일 못하겠다' 이런 푸념을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의뢰 받은 지 어느 덧 2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구청을 한 번 더 방문했습니다. 주무관, 팀장과 수시로 통화했습니다. 나중에는 초조해졌습니다. '우리 입장이 맞는 것 같은데, 왜 답을 안 주지? 혹시 가게 운영권을 빨리 넘기는 것을 구청에서 반대하는 결론이 나는 것 아냐?'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럴 리 없어. 구청의 업무 진행 속도가 느린 것 뿐이야. 원래 행정관청의 시계는 천천히 돌아가니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애써 위안을 찾았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답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영업권 승계를 바로 해주겠다는 답이었습니다.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결과입니다. 의뢰인의 엄청난 재산 손실을 막았습니다. 제게 의뢰하기 전에 의뢰인이 주무부서를 직접 상대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의 무책임, 무성의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심적 고통을 받고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던 의뢰인이 정당한 결과를 얻게 되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