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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삶조각사 이지원 Nov 24. 2022

아까워 놓지 못하고 망설일 만큼 우린 여유롭지 않다.

지금의 50대가 나의 30대에게

경제학 용어에 보면, '매몰 비용(sunk cost)'이라는 것이 있다.

이득보다 손실을 강조하고,

자기 소유물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통상적인 인간의 심리 경향과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매몰비용.

평범한 우리와 무관할 것처럼 보이는 이 개념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매몰비용은 어떤 것에 이미 투자란 것이 진행됐을 때

기 투자된 상태를 포기하기 어려운 비용처럼 생각되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이미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거기에 계속 투자하려 한다.


암울하지만, 달리 표현하면, 이미 투자한 것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약간의 희망적인 생각을 보태가면서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들이붓는 어리석은 행위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할 뿐 이런 짓을 매일 아니 매 순간 하고 있다는 거다.

일상 속에서 매일, 매 순간.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에서는 매몰비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당신이 자동차 제조사의 CEO라고 가정하자.

신차 개발 비용 1억 달러가 들어가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린데 이미 그 개발 비용의 90퍼센트를 투자한 상황에서

갑자기 경쟁사가 당신이 개발하려는 자동차보다 연비가 더 좋고, 가격까지 더 낮으며,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아주 바람직한 자동차를 거의 완성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첫째, 비록 경쟁사보다 나쁘지만 1,000만 달러를 투자해 신차 개발 계획을 완성한다.

둘째, 승산이 없는 싸움,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1,000만 달러를 아낀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그리고, 다음과 같은 비슷한 상황도 상상해보자.

이번엔 당신 회사는 아직 신차 개발 계획에 1달러도 투자하지 않았다.

전체 프로젝트 개발 비용은 1,000만 달러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경쟁사의 신차 개발 정보를 입수했고,

1,000만 달러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

당신은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프로젝트를 포기할 것인가?


위 두 가지 상황 모두 지금 시점에서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는 점은 같다.

그러나, 첫 번째 경우는 당신은 이미 투자한 9,000만 달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첫 번째 경우엔 대부분 1,000만 달러를 더 투자해 개발 계획을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두 번째 경우 대부분은 한 푼도 들이지 않는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결정을 한다.


물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위 두 가지 상황에서 동일한 의사 결정을 내리겠지만,

실제 그런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이것저것 참 많은 것에 투자를 하게 된다.

어떤 일이나 정책, 집 혹은 주식에 투자했다면,

이미 얼마를 투자했는지 돌이켜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투자가 미래에 자신에게 얼마나 큰 가치가 될 것인지 하는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우린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하며,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다.


매몰 비용은 인생이란 장부에서 영원히 손실로 기재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자신이 영원히 짊어져야 할 비용이며,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비용이다.

매몰 비용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단지 그 금액만을 바라보지 않고,

그 금액과 함께 들어간 자신의 희망과 꿈 그리고, 했던 모든 선택과 노력을 함께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한층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매몰비용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함으로써 그것을 포기하지 못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그런 망설임이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앞으로 다가 올 기회나 올바른 투자를 위한 시간들을 놓치는 게 문제다.

인생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여유롭지 못하다.

처음엔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이럴 땐 가성비를 잘 따지고,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들인 노력이나 꿈, 희망 같은 것들이 아까워 최선의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면,

그건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우린 아까워 놓지 못하고, 망설일 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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