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진짜 미술이 내게로 왔다.
아들이 3~4살 무렵의 일이다.
아들이 동그라미를 빠르게 그린 뒤, 노란색을 칠하고, 바로 그 위에 빨간색을 덮어 칠했다.
무얼 그린건지 모르겠어서 아들에게 물었다.
“주호야, 이건 뭐야?”
“사과.”
내 눈에는 전혀 사과로 보이지 않아 다시 물었다.
“이건 어떻게 사과야?”
“.. 사과 속은 노랗고, 겉은 빨개!..”
순간 머리를 쾅! 맞은 느낌이었다.
사과를 빨강으로 겉만 칠할 거라 뻔하게 생각했다.
속과 겉을 칠하는 광경. 내 물음에 확신에 차 대답한 아들의 목소리.
아들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느끼고 솔직하게 표현한 그림을 몰라봐 주어 미안했다.
언제나 아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이었던 ‘엄마’ 그리고 ‘미술 선생님’으로서 부끄러웠다.
‘모든 아이는 아티스트다!’ 라고 말한 피카소의 공기 같던 말이 온 몸, 온 마음으로 내 안에 들어왔다.
피카소가 왜 그토록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는 지 알 것만 같았다.
그 날, 아이가 그린 사과그림은 나를 멈춰 세웠다.
뉴턴이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처럼 나는 아이의 사과그림을 보고 ‘아이 미술’을 발견했다.
그렇게 진짜 미술이 내게로 왔다.
미술을 가르치고 공부하고 연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