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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pr 17. 2024

퇴고, 힘들지만 가치 있는 시간

다시 쓸 수 있으니 다행이다


10년 넘게 매일 글 쓰고 있습니다. 책 집필이나 습작 등 어떤 글도 고치고 다듬는 작업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오랜 시간 반복했으니 이제 어느 정도는 '저절로' 될 법도 한데,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원고 전체 흐름과 맥락을 살피고, 문장 하나하나 수정하고, 한 꼭지 구성과 메시지까지 다듬고 보완하는 일. 제게는 여전히 고행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렇다면, 퇴고는 힘들고 어렵기만 한 작업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지금껏 계속 글을 쓸 수는 없었을 겁니다. 중도에 포기하거나 다른 일을 찾았겠지요. 사람이 어떻게 고통스럽기만 한 일을 계속 할 수가 있겠습니까. 나름의 의미와 가치, 보람과 희열도 있어야 참고 견뎌가며 지속할 수 있겠지요. 


퇴고의 가치 또는 보람은 무엇일까요? 첫째, 잘못된 부분을 찾아 수정함으로써 더 나은 문장을 만드는 묘미가 있습니다. 내가 쓴 글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쁘고 벅찬 일도 없거든요. 둘째, 독자가 읽기 수월한 글로 바꾼다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글의 본질은 독자입니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작가 자신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셋째, 초고를 쓸 때보다 더 새롭고 나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점입니다. 백지에 글을 쓸 때보다 이미 쓴 글을 고칠 때 사고가 더 풍성해지는 법이지요. 내가 쓴 글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48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33기, 3주차" 함께 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어렵고 힘든 부분 있게 마련입니다. 문제는,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실제로 그 일을 하는 데 있어 아무런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인생은 쉽고 편한 일만 하길 바라는 과정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 닥쳐도 의미와 가치를 찾아 보람도 느끼고 성장할 기회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겠지요. 대충 빨리 후다닥 끝내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사람들 있는데요. 아! 이건 아니지요. 편하게 살았으면 성과 누리지 못하는 게 당연하고요. 어렵고 힘든 길 걸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누리는 게 마땅합니다. 


퇴고,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기꺼이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와 가치, 보람과 희열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마라톤이 그저 숨차고 힘들기만 한 과정이라면 누가 42킬로미터를 뛰겠습니까. 


쓰고 고칩니다. 다시 쓰고 다듬습니다. 인생은 돌이킬 수 없지만, 글은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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