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문체 만들기
누구나 말투라는 걸 가지고 있습니다. 말하는 습관이나 억양, 액센트를 들어 보면 바로 그 사람이구나 알 수 있는 것이죠. 지문 만큼이나 사람을 구별하는 데 유용합니다. 억지로 다른 사람의 말투를 흉내낸다 하더라도 잠시일 뿐, 자신의 원래 말투를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말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글에도 글투라는 게 존재합니다. 좀 더 폭넓은 개념으로 문체라는 표현을 쓰지요. 쓰는 사람마다 각자의 문체라는 걸 가지고 있습니다. 글만 딱 읽어 봐도 이게 누구의 글인가 알 수 있을 정도라 하지요.
문체는 하루이틀 만에 완성 되는 게 아닙니다. 오랜 시간 부단히 글을 쓰면서 만들어가는 것인데요. 초보 작가의 경우에는 아직 문체라 할 것이 없어서, 글을 쓰다 보면 이런 저런 문체가 뒤섞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체라고 하면 흔히 평어체인가 경어체인가 정도만 생각하는 사람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 문체는 그보다 훨씬 많은 특징을 담고 있습니다. 카톡 몇 줄만 읽어 봐도 상대가 지금 화가 났는지 불쾌한지 기분 좋은지 금방 알 수 있지요. 이렇듯 문체는 글을 쓴 사람의 모든 걸 드러낸다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문체로 글을 쓰는가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바로 그 문체가 독자들의 사랑과 외면을 결정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난 이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독자들은 흔히 이런 식의 반응을 보입니다. 문체야말로 작가의 색깔이자 성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체에 대해 몇 가지 정리하고자 합니다. 초보 작가가 처음부터 문체를 고상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 아마 한 줄 쓰기도 힘들 겁니다. 지금은 물리적으로 글을 많이 써야 할 때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문체에 대한 개념을 잡고 시작하면 나중에 자기만의 문체를 정립하는 데 도움 되겠지요.
첫째, 방금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자기만의 문체'를 완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고 해서 그 작가의 문체를 그대로 흉내내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개성, 특성, 성향, 취향 있게 마련입니다. 내가 가진 무기로 글을 쓰겠다는 패기와 자부심이 필요합니다.
둘째, 어떤 종류의 글을 쓰든 당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체는 곧 당당함입니다. 사람이 말을 할 때, 저 사람의 말투를 흉내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마도 많은 사람이 한 마디 하기조차 힘겨울 겁니다.
셋째, 모방하고 연습하고 훈련하고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만의 문체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노래를 많이 들어 봐야 노래를 잘할 수 있게 됩니다. 남의 노래를 많이 따라 불러 봐야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치열하게 독서하고, 필사와 초록도 습관화 하고, 이를 매일 반복하는 습관 들여야 합니다.
자기만의 문체를 완성하면 글 쓰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어떤 일이든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의식적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지요. 한 줄 쓸 때마다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면, 글쓰기가 중노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만의 문체가 완성 되면, 머릿속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옮겨 담기가 상대적으로 편합니다.
문제는, 초보 작가일수록 자기만의 문체에 자신이 없다는 점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이게 맞나 의구심 갖게 되고요. 자꾸만 다른 사람 문체를 부러워하면서 흘깃거립니다. 내 것은 아닌 것 같고, 다른 사람 것은 좋아 보이는. 이런 생각으로는 자신감 넘치는 글을 쓰기가 힘들겠지요.
사람마다 성향 다르고 사람마다 문체 다릅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문체도 다릅니다. 내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들만 다 챙기고 품어도 죽을 때까지 글 쓰고도 남습니다. 모두의 사랑을 받길 바라지 말고, 모두의 취향에 맞추려 애쓰지도 말고, 자기만의 문체 당당하게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저는 지금까지 아홉 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지금 또 열 번째 책을 준비중이고요. 베스트셀러? 그런 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글 쓰고 책 출간해서 돈도 벌고 독자들과 소통도 하고 제가 누리고 싶은 인생 마음껏 누리며 살아갑니다.
인생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길도 무한합니다. 무조건 베스트셀러 써야 하고, 무조건 어떤 문체로 써야 한다는 그런 기준 따위 없애버려야 합니다. 스스로 한계를 없애야 자유롭게 날 수 있고, 자유롭게 살아야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문체를 만들고 나면, 그 문체로 글 쓰는 걸 즐기고 누려야 합니다. 독자 눈치 살피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문체 억지로 파고들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 모습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체는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의 일종입니다. 쓰면 쓸수록 자기다워지는 것이죠. 아울러, 다른 사람의 '다른사람다움'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게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