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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Feb 28. 202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지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네 개 블록에 걸친 규모의 뉴욕과 미국 통틀어 가장 큰 세계 5대 박물관 중에 한 곳.

세계 3대 박물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

다음으로 흔히 꼽히는 박물관들이다. 적어도 해당 박물관을 소개할 때는 빠지지 않고 세계 4대라고 언급되는 곳들이다.

바티칸의 바티칸 미술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대만 타이베이의 국립고궁박물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특별한 곳에 특별함과 거리가 먼 경비원이라... 

경비원이라면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은 왠지 모르게 신비스러움과 함께 여느 경비와 마찬가지로 단조로움, 그 단조로움 안에 비밀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조용한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예술에 문외한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작품 이미지 없이 오로지 작가의 설명과 표현, 간략하게 나타낸 그림만을 보며 이해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고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은 여러 번 되새김질할 정도로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 주인공의의 삶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예술이 가진 매력에 앞으로도 자주 예술 작품과 가까이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이 책에서 내가 느꼈던 생각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보면 예술, 관계, 겸손이라 할 수 있겠다. 예술은 관계 속에 찰나의 순간이라 할 수 있고 우리의 삶 또한 관계 속에 찰나의 순간순간들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너무나 닮아 있는 삶과 예술은 떼어 낼 수 없는 관계이다. 삶과 예술이 아름다움만 지닐 수 없듯 슬픔, 고통도 있기에 겸손은 늘 지니고 살아야 하는 부분이다.


기억하고 다시 꺼내어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기록해 본다.

     


졸업 후 뉴욕 중심가의 고층 빌딩에서 화려한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정작 나에게 아름다움, 우아함, 상실 그리고 어쩌면 예술의 의미를 가르쳐준 것은 그런 조용한 공간들이었다.


2008년 6월, 형이 세상을 떠나고 나자 나는 내가 아는 공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일자리에 지원했다. 열한 살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생각지도 않으며 그곳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도착했다. 가슴이 벅차고 찢어지는 듯했다. 한동안은 그저 가만히 서 있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지난 몇 주 동안 형이 죽은 뒤 처음으로 내 삶이 방향을 잡았다고 느끼게 해 준 일들을 지나오고 있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훈련을 받고, 뉴욕 주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고, 지문을 등록하고, 근무복 제작실에서 미술관의 재단사가 내 치수를 재고...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내가 할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기나길게 느껴진 몇 분이 더 지난 후, 나는 이것이 진정으로 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고 믿기 시작한다.

- 1장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


내가 만약 덜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그동안 틈틈이 내 생각들을 흐릿하게나마 적어두었을 테고, 영감을 주는 주제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과감히 도전해 글을 써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이런 빅 리그였기에 내 생각에 스스로 족쇄를 채웠고 야망은 이상하리만치 줄어들었다. 


관습에 따라 책상에서 책을 펼 수도, 머리를 식히는 산책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모두가 그러듯 인터넷을 뒤적이고 책을 읽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점점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았다. 오래지 않아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게을러진 것이다. 

그건 정말 공허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대학 졸업 후 '현실 세계'에 들어서면서 정확히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세상이 현실적인 느낌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맨해튼 중심부를 발밑에 둔 번쩍이는 고층 건물의 권위 있는 직장에서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마치 컴퓨터 게임에 불과한 것이었다. 받은 메일함, 보낸 메일함, 전송.

- 4장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그런 밤 중 하나였다. 늦은 밤, 크리스타 형수와 미아, 티라 그리고 내가 형을 돌보고 있었다. 형이 하는 말은 더 이상 앞뒤가 맞지 않던 시기였다. 그런데 형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치킨 맥너깃을 먹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맨해튼의 밤거리로 뛰어나가 소스와 치킨 너깃 한 아름 사 들고 돌아오던 그때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침대를 둘러싼 채 우리는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사랑과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소풍을 즐겼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 7장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혼자 생각에 잠긴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처럼 세계적으로 장대한 곳에서 얻는 깨달음치고는 좀 우습긴 하지만, 바로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대신 새로 만든 희반죽을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희반죽을 조금 더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조금 더 그리는 한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 12장 무지개 모양을 여러 번 그리면서


내 삶은 여러 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그 말은 현재의 챕터를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미술관을 떠나고 나면 나이가 나보다 곱절이나 많은 세상 반대편에서 태어난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되는 일이 일상적이지 않은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시간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동료들과 날마다 나누는 대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주제를 친밀한 분위기에서 나누는 시간 때우기용 대화들도 그리울 것이다.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두고 아름다움을 모아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찮은 먼지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 

가능하면 미술관이 조용한 아침에 오세요.

예술품의 제작자, 문화, 의도된 의미에 관해 알아낼 수 있는 건 모두 알아내세요. 그것은 보통 우리 자신을 겸손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방침을 바꿔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우리와 다름없이 오류투성이인 다른 인간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메트입니다. 여러분은 예술이 제기하는 가장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자기 생각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기대어 용감한 생각, 탐색하는 생각, 고통스러운 생각, 혹은 바보 같을 수도 있는 생각들을 해보십시오. 그것은 맞는 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매트에서 애정하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 배울 점이 있는 작품은 무엇인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가 될 작품은 또 어느 것인지 살핀 다음 무엇인가를 품고 바깥세상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렇게 품고 나간 것은 기존의 생각에 쉽게 들어맞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 당신을 조금 변화시킬 것입니다.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 준다.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 

 -13장 삶은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내가 전에 봤었던 예술 작품들의 역사와 배경, 의미를 자세히 알고 다시 보고 싶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꼭 가보고 싶다. 패트릭 브링리가 느꼈던 것을 고스란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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