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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백맘 Aug 16. 2023

4. 봄꽃처럼 훨훨 날아간 엄마

왜 몰랐을까.

엄마 꿈을 꾸면 ‘어 엄마가 나왔네’ 베개가 적시도록 울면서 잠을 깬다.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엄마. 

이제야 당신 딸이 대견한 듯 웃는 엄마. 

엄마가 내 곁에 없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마음을 추스를 수조차 없었다. 


기억 속 조각들은 나의 철없음이 대부분이었고, 힘들게 한 기억만 가득했다. 

조각조각 흩어진 마음들을 하나씩 꺼내 보려니 감당이 되지 않았고, 후회만 덩그러니 남았다.      


흩날리는 봄꽃을 보며 ‘어머, 너무 예쁘다.’ 하염없이 쳐다보던 엄마의 모습을 숨죽여 울 수밖에 없었다.

다음 봄엔 이 꽃을 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눈물을 참아가며, 

     

“너무 예뻐? 뭐가 예뻐. 내년에 또 볼 건데….”   

   

툭 던졌지만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이듬해 벚꽃을 보지 못하고 3달 후 그렇게 봄꽃처럼 훨훨 내 곁을 떠났다.    


마지막 드라이브한 4월 20일 그날을 기억하며, 그 후 3년 동안 그날, 그곳을 돌며 엄마를 그리워했고,

그 시간을 추억했다.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해본 적 없고, 엄마의 사랑을 당연시받고, 징징대기만 한 딸이었다. 그런 철부지가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집안의 대소사와 홀로 남은 아빠까지 챙기려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대충 살고, 좋은 것만 보고, 편하게만 살던 내가 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았다.


하기 싫고 힘든 일도 무작정 참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버텨 줘야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구 엄마’로 불리며 그저 하루 살기 급급한 꿈이 없는 엄마였던 난 변해야 했다. 숨을 데 없고, 낭떠러지 서보니, 가족들 먹여 살려야 되니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항암으로 퉁퉁 부은 손과 손톱이 없는 상태에서 자식을 위해 구석구석 챙겨 놓은 엄마의 흔적을 홀로 정리하며 많이도 울었다. 부엌 찬장, 서랍 속에는 하얗게 삶아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행주들, 묵은 때 하나 보이지 않는 싱크대 안, 윤이 반지르르 도는 스테인리스 그릇, 제기들.. 베란다 창고에 딸들을 위해 사놓은 냄비, 그릇 세트들, 냉장고 가득 손수 만든 김치며 계절마다 말리고 데쳐 한 묶음씩 포장한 나물들.. 하나씩 열 때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이었다.    


엄마의 삶은 한평생 가족 걱정하며 사신 삶이셨다.

    

‘이렇게 쉽게 갈 거면 왜 아등바등 살았어?

말 안 듣는 딸, 혼자 내던져 놓지.

왜 다 챙기고 끙끙거렸어?’    


왜 몰랐을까?

왜 몰랐을까?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둘째라서 서러웠어요.”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서 언제나 뒷전이었던

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네가 어릴 때 많이 약했어. 잘 걷다가 갑자기 못 걸을 때 있었고,

 비위가 약해 한약도 못 먹었어. 그것도 다 개워내…. 입은 또 짧아.

 네 밥상 차릴 때가 제일 힘들었어.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어”    


사춘기 때 엄마의 마음을 알았다면 덜 방황했을지 모른다. 

집에서 설 자리가 없어 밖으로 돌고 엄마를 미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의 이 말은 마음 구석진 방에 갇힌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었다.


엄마는 철없던 아이를 어른이 되게 한 후,

내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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