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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Aug 19. 2024

버티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 내 속마음을 써내려 가기에 브런치만큼 좋은 플랫폼이 없는 것 같아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보려한다.

이번엔 꾸준하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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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는 것에 빠졌다. 원래 집순이라 한 달을 집에 내려가면 한 달 내내 집에만 있었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2~3일은 나가 친구를 만난다. 나가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는 말을 스물일곱줄 먹고 이제야 이해하는 중이다. 사실, 나가지 않으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요즘.


어느샌가부터 이게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고 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우울을 해결하는 방법이 조금 달라진 것일지도. 예전엔 방에 틀어박혀 배달음식을 꾸역꾸역 위에 집어넣고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버텼다면, 지금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방금도) 흔들어제끼다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느낀 걸 쓰고 싶어서 노트북을 켰다.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로. (불닭볶음면은 먹었다. 삼각김밥까지.) 


우리 테이블 근처에 여자 4명이서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춤을 너무 잘 추는 거다. 에스파, 뉴진스 가릴 것 없이 안무에 동선까지 춤을 즐기는 게 눈에 보였다. 물어보니, 연합 댄스 동아리란다. 20대 초반의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을 보는데, 왜 이렇게 반짝반짝 빛이 나 보이던지. 뭐, 나도 아직 스물일곱인데 내가 늙었다든지 그 친구들이 애기로 보인다든지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그저,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저런 활동들. 연합 동아리에 들고 친구들과 춤을 맞추고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니 갑자기 아련해졌을 뿐이다.


나는 왜 대학생 때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까. 댄스, 노래, 영상, 그냥 친목 등등 하고 싶은 활동은 많았는데 학교 다녀오면 그저 기숙사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사실 이유는 알고 있다. 활동에 쏟을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에.


입시 실패에 대한 좌절, 원하지 않는 과에 진학해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까에 대한 고민, 그것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그 생각에 매몰되어 있느라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내가 만든 우울 속에 갇혀 다른 길을 찾아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버티는 것이, 침대 속에서 다른 세상을 떠올리는 것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대학만 졸업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으니 그 시간을 활용하기 보다 빨리 보내버리고 싶어서 그렇게 잠을 많이 잔 것 같다.


그게 아닌데. 빨리 보내버리고 싶었던 그 시간들이 사실은 정말 소중하고, 빛나는 시간들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안쓰럽지. 불쌍하고, 애틋하고.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사실 세상엔 정말 많은 길이 있다고, 그냥 털고 일어나 네가 하고 싶은 무언가,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그것들을 즐기기만 해도 된다고 얘기해 주고 싶은데.


저기 저 신나게 춤을 추는 친구들처럼 너도 세상을 좀 즐기라고, 고민만 해서 해결되는 건 없고 더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뿐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지. 


이미 지난 일, 어떡하겠나. 잠시 연민의 감정의 빠졌다가 금방 빠져나왔다. 럭키비키, 원영적 사고를 원래 잘하는 사람이었거든 내가. 30대 초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또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대학생 때의 나를 떠올리기보다 당장 내일 뭘할지를 계획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우선 집청소부터 해야겠다. 정신이 맑으려면 내 방부터 깨끗하게 하라는 말이 있으니... 헬스장에 갔다가 목욕재계를 하고 언제나처럼 내 미래에 대한 계획을 노트에 써내려가야겠다.


오늘 본 그 친구들은 꽤 오래 생각이 날 것 같다. 아주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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