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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stella Oct 06. 2021

1인가구가 집을 대하는 자세

"이사를 결심하다."

     

송리단길을 다녀온 뒤 골목 구석구석 동네에 대한 여운이 길게 남아 있었다. 새로운 생활을 상상하게 만들고 지금보다 더 괜찮은 삶을 기대하게 만드는 동네로 이사 가기로 했다. 마침 지금 사는 집 계약이 만료되어가기도 하고 내 일상의 알고리즘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며- "a new chapter of my life in a new atmosphere."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전에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공간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나와 핏이 가장 잘 맞는 집'을 구하기 위해 나름 나만의 기준을 세워보기로 했다


"집의 의미, 살고 싶은 집"


현재는 오피스텔에 살고 있지만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난 줄곧 아파트에 살았다. 그래서인지 아파트나 오피스텔이라는 주거형태가 마냥 정답인 듯 아파트나 오피스텔 시세를 보고 동네의 가치를 판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 같은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평수의 아파트도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너무 오른 상태이다.  

   

집은 더 이상 사는 곳(living), 삶의 터전이 아닌 부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집에 대해서 얘기할 때도 어떤 집에서 살고 어떤 공간으로 꾸며졌고 각자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위치가 강남인지, 강북인지, 몇 제곱미터인지, 자가인지, 전세인지가 집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집에 대한 다른 생각, 다양성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것도 안타깝지만 부모 소득까지 동원하여 내 집 마련에 평생을 바쳐야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슬픈 현실이다.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이 내 평생의 짐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소유할 수 없다면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만이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조건 규모가 크고 화려한 모델하우스 같은 집에 살고 싶지 않다. 나와 같은 1인 가구를 배려한 집, 실제로 사는 사람을 배려한 집을 찾고 싶다.     


"나에게 집이란, 집을 찾는 과정, 공감 가는 건축에 대한 생각."     

현대사회에서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나만의 안식처이자 오롯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공간이며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곳이다. 나를 닮은 공간. 자기다움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내일을 꿈꾸며 각자의 오늘을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내 집을 찾는 과정은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를 알고 이를 구체화하기 적합한 장소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공간들, 그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잡지를 보다가 한 건축가의 인터뷰 내용이 집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주었다.       

"건축이란,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만을 남기고 모두 덜어낸 셈인데…. 자연 육체 정신 등 삶을 이루는 여러 요소가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 건축이 엄청난 무엇이 되지 않는 순간 ‘얇아지고 얇아지다’ 결국 사라지는 순간이야말로 건축이 완성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브리크 매거진 vol. 7 우리에게 알맞은 - 공굴집 김성진 씨와의 대화     


"집이란 결국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우리의 기억과 정서와 연결된 소중한 공간이자 고단한 몸을 뉘일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이다."



이런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집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이사갈 수 있을 것 같다.     


1,2인 가구의 증가로 실제로 서울 곳곳에 다양한 주거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내가 이사가고 싶은 송파구를 중심으로 검색을 하다보니 송파구에만 총 5채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는 '슬로우밀리'라는 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슬로우밀리 공식홈페이지

송파구에도 송파동, 방이동, 삼전동, 석촌동 중심으로 빌라, 다세대주택이 많은데 이렇게 브랜딩까지 제대로 되어 있는 중소형주택브랜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브랜드story부터 시작해 각 지점정보, 룸 타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1인 가구를 위한 작지만 효율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에 만드는 사람들의 확신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다시 살고 싶은 동네 송파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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