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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Sep 06. 2022

빌어먹을 '완벽주의'따위

완벽해지기 위해 완벽주의를 버리기로 하다

일을 미루는 사람들은요, '완벽주의자'라서 그래요

아이들의 대통령을 넘어 국민 멘토가 된 오은영 박사의 이 한마디는 스스로 게으르다고 자책하며 지냈던 벼락치기형 사람들에게 더 이상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줬다.

 

'아, 난 완벽주의자였구나'


면죄부를 받은 1인으로써, '완벽주의'라는 그 말은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넘어 마치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묘한 특권의식을 줬다.


대단한 착각이자, '완벽'이라는 단어가 파놓은 달콤한 함정이었다.


완벽주의자가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기준이 높아 자체 검열을 까다롭게 거치는 사람이고, 완벽한 인간은 말 그대로 결함이 없는 완벽한 사람을 말한다.


엄연히 다른 사람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완벽주의자는 그저 보통의 사람이고, 완벽한 인간은 세상에 없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게으른 인간이라고 자책할 때는 마감시한까지 어찌어찌 결과물을 만들어서 제출이라도 했었는데, 어찌 된 것인지 완벽주의자가 된 이후로는 마감시한 내에 결과물을 내놓는 게 더 힘들어졌다. 타인도 나와 같은 높은 기준의 잣대로 내 작품을 볼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인간인 내가 '완벽'이라는 말에 속아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대가였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브런치였다. 그저 내 생각을 글로 적고 소통하는 게 좋아서 시작했다. 글쓰기에는 자격증이 없기에 브런치 작가가 되면 남들에게 '내 특기는 글쓰기예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브런치 작가가 됐는데, '작가'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은 어마 무시했다. 그 왕관에 걸맞은 글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부담감은 자체 검열 기준을 더욱 높이는 기폭제가 됐고, 그 후로 '글 발행'버튼을 누르기까지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해졌다.  1회 글 발행을 해야겠다는 스스로 정한 마감시한이 있었는데, 글을 내보이기엔 아직 글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마감시한이 지켜지지 않은지도 오래다.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와 같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작품을 만든 예술가들은 대게 완벽주의적 성향을 지녔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완벽주의자가 성공할 확률이 높은 재목이라며 치켜세우지만, 사실 완벽주의자들은 ' 아니면 도'다.


완벽주의 성향이 좋게 발현되면 그 분야에 족적을 남길만한 성과를 낼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신이 세운 지나친 검열 기준에 지쳐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나가떨어지 때문이다.


이제 나를 갉아먹는 '완벽주의'라는 비겁한 핑곗거리를 버리고, 정중히 왕관을 내려놓고자 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부끄러워도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일 용기다. 작가의 서랍에 들어가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글들을 이제 하나씩 세상에 꺼내보여야겠다. 완벽한 글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신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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