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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비 ivy Feb 03. 2024

미국 초등학교 도시락, 이유~ 그런 걸 왜 먹어?

미국학교 다니는 한국아이의 도시락

이따금 여기저기서 경험담이 들리곤 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니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봐주시길..)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점심으로 스쿨런치(학교 급식)를 먹을 수도 있고, 도시락을 싸가도 된다. 그날그날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 런치를 종종 싸주고는 한다. 


그런데 한식도시락을 본 미국아이들의 반응이 제각 기다. 궁금해하고 맛있겠다며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아주 가끔 그런 걸 왜 먹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이도 있다. 수개월 전, 한국아이 하나가 김밥을 점심 도시락으로 싸갔다가 같은 반 친구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아이는 속상한 나머지 울어버렸다고 했다.)


그날, 그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좋지 않았을까, 그것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조금 더 크면 괜찮아지겠지만..)


사실, 이런 일은 상처받을 일이 아니다. 초등학생이다. 어린아이들이 지금껏 본 세상이 넓지 않아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아니면 좀 무례한 어른(부모)들이 하는 것을 보고 필터 없이 자연스레 배워버린 것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그대로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당한 아이는 그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멘털케어를 좀 해줘야 한다.


주위의 경험담을 하나 둘 듣게 되면서 나는 궁금해졌다. 

'혹시 우리 아이들은 괜찮은 걸까?'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물었다. 우리 아이들은 딱히 속상할만한 경험은 없었던 듯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제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니, 아이들에게 상황 설명을 해줬다. 


학교 점심시간에 혹시 누가 너희에게 그러면 



"당황하지 말고 당당해져야 해!" 


"그런 걸로 놀리는 친구는 다른 문화를 경험해 보지 못했고, 역사에 대해서도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한마디로 잘 몰라서 그러는 거지!, 그런 것에 절대 당황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내 문화를 자랑스럽게 말할 줄 알아야 해! 네가 그렇게 멋진 모습을 보이면서 상황과 분위기를 바꾸면 되는 거야."


다른 문화를 받아들일 줄 모르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상황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면 그저 먹잇감이 될 뿐이다.


요즘은 K-POP 덕분에 한국 문화도 많이 알려지고, 미국의 인기 있는 마트인 '트레이더조'에서도 냉동김밥을 팔고 있다. (참 빠르게도 변해간다.)


그리고 어느 날 첫째가 학교에서의 일들을 얘기한다. 

"어떤 친구가 내 도시락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모른다고 했어!" 

"왜?"

"그 친구에게 음식 재료를 사실대로 알려줬으면 아마 이유~ 하면서 이상하다고 했을 걸! 걔 원래 다른 친구들 한테도 자주 그래!"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싶었다. 아이가 알아서 트러블을 피해 가는 방법을 배워버렸다.(점점 사회생활 요령이 늘어가네) 상황에 적응한 것이다. 무례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피해 가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런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상처받고 슬퍼할 단계는 이미 지난듯해 보였다. 다행이다. 


살다 보면 모두가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반응하고 내가 힘들어하기에는 소중한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다. 그런 좋지 않은 일에 내 에너지를 할애하고 싶지 않다. 


인종차별이라는 무서운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일일이 내 감정과 에너지를 다 쏟아서 그 속에서 허우적거릴 일이 아니다. (그런 에너지 낭비는 누구를 위한 일일까?)


사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화내고 싸우기보다, 내면의 힘을 길러 그런 일들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바로 훌훌 털어버리는 정도의 멘털을 갖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살면서 수많은 다양함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꾸준히 계속 만나고 부딪히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 세 아이와 모든 아이들이 중심을 잃지 않는 것, 잠시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스스로 잘 일어날 수 있으며, 비바람이 불어도 중심을 지키며, 그 비가 그친뒤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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