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복잡한 쿠팡이지만 쇼핑하기 만큼은 매우 편리하다?!
'쿠팡'은 커머스 회사 PM으로서 레퍼런스로 많이 참고하기도 하고, 바쁜 현대 사회를 사는 1인 가구로서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 회사에서 레퍼런스로 볼 땐 복잡하게 생겨서 들여다보면 기운이 빠지다가도, 막상 유저로서 쿠팡을 사용하게 되면 서비스나 사소한 기능들이 쇼핑 경험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어 쿠팡에서 자꾸 쇼핑하게 된다.
어떻게 겉은 복잡하지만 실제 사용 경험에서는 사용자들이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재밌는 기능들도 하나씩 추가되고 있다는 점들이 서비스가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 배송' 외에 어떠한 기능들이 쿠팡에서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지분석해보고자 한다.
(글을 쓰다보니 쿠팡은 발견을 하고자하는 유저보다는 탐색을 하고자 하는 유저에게 더 최적화된 앱이라는 생각이 든다.)
쿠팡 홈에서 퀵버튼 1번 자리에 '자주산상품'이라는 버튼이 생겼다. 툴팁으로 '재구매할 시간!'이라며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퀵버튼 밑에 상품을 추천하는 구좌도 '자주 산 상품'을 기반으로 추천하고 있다. 또 밑으로 내리다보면 추천 구좌명은 다르지만 '냉장고 채울 때가 됐어요!'라며 내가 구매한 상품들을 기반으로 계속 상품을 추천해주고 있다.
"쿠팡은 왜 이렇게 자주 구매한 상품에 집착을 할까?"
이건 쿠팡이라는 커머스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생필품, 식재료가 주를 이루고 있는 쿠팡에서는 같은 상품을 주기적으로 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한 같은 상품을 N번 구매했다는 건, 자주 쓰는 그 상품은 그 브랜드로 정착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런 고객은 쿠팡을 접속했을 때, 상품을 발견하기를 희망하기 보다는 탐색 목적이 분명한 유저일 것이다. 이런 고객에게는 그 상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쿠팡은 재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는 본인의 앱 특성에 맞게 자주 구매한 상품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사용자가 쇼핑에 드는 피로를 줄여주고 빠른 쇼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그 상품을 사려고 생각하지 않다가도 쿠팡의 자주 구매한 상품을 보고 '사야할 때가 됐나?'하고 한번쯤 떠올리게 된다. 유저에게 자연스럽게 구매를 넛징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쿠팡에서는 검색에도 진심이다. 쿠팡에서는 검색버튼을 하단 GNB로도 배치하고 있고, 헤더와 홈에도 검색 버튼/창을 노출하면서 검색하고자 할 때 절대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게 앱을 구성해두었다. 검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쿠팡의 유저는 발견을 원한다기 보다, 목적을 뚜렷하게 가진 유저가 더 많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로켓프레시'라는 테마관 안에서 검색을 해 본 프로세스이다.
쿠팡 전체가 아닌 특정 세그먼트(로켓프레시, 카테고리 등) 안에서 검색을 하게 되면 검색창에 ‘로켓프레시’와 같은 알약 버튼 검색칩이 노출된다. '지금 하는 검색이 결과 내에서 재검색이 될 것이다' 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검색을 하면 로켓프레시가 가능한 상품을 검색할 수 있게 되고, 로켓프레시 버튼을 지우면 다시 통합검색을 할 수 있게 된다. 특정 카테고리 내 재검색과 통합 검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 편리하다고 느껴졌다.
게다가 쿠팡의 최근 검색어에서는 '로켓프레시'에서 검색한 검색어는 초록색으로 마킹이 되며 노출된다. 그리고 이걸 클릭했을 때, 그대로 로켓프레시의 검색 결과로 랜딩이 된다. 사용자가 이전에 했던 검색을 키워드 뿐만 아니라 지면도 기억하여 랜딩시켜주는 것이 편리하다고 느꼈고, 그걸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도 유저 사용성에 혼란을 줄여주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쿠팡은 검색 결과도 상당히 디테일하게 구성하고 있다. 각 상품을 검색하면, 각 상품을 검색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류 기준 3개를 상단에 필터로 제공하고 있다.
쿠팡은 다양한 상품과 식품을 다루고 있다. 모든 상품에 일관된 필터를 제공하기에는 유저들이 세분화해서 상품을 탐색하는데 에러사항이 있을 것이다. 쿠팡은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각 상품 별로 자주 쓰는 필터를 꺼내두었다.
필자 같은 경우에도 달걀을 살 땐 '10구짜리 사야지' 생각하고, 우유를 검색할 땐 '저지방 우유 사야지'하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것들이 주요 필터로 제공되고 있어서 좋은 검색 경험을 만들어주었다. 어떤 필터를 꺼내 놓기로 로직을 결정하는지도 궁금해졌다. MAB를 적용하는 것인지, 내부 관리 툴에서 일부 조정하는지 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유저에게 큰 도움이 되는 필터 구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필터에 대해서 고민할 땐, 필터나 카테고리를 여러 줄로 꺼내놓으면 상품 영역이 하단으로 내려가다보니 이것이 유저에게 불편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고민을 해본 뒤 쿠팡의 필터 영역을 보니 '이것도 앱 별로 차이는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겼다.
상품의 유형이 다양해서 상품을 고르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면, 필터에 대한 사용성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 유형을 용량처럼 객관적인 기준으로 정확하게 분류하고, 분류에 맞게 상품들을 맵핑할 수 있다면(원하는 결과값을 쉽게 얻을 수 있다면) 필터를 3줄이나 제공해도 성공적인 쇼핑 검색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필터 외에도 상품 하나하나 보았을 때도 상당히 디테일한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상품 셀 단위로 처음 보았을 땐 텍스트 정보가 많다고 느껴졌지만, 유저 입장에서 보았을 땐 모두 다 구매에 참고하는 알짜배기 정보들이었다.
상품 셀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단위 당 가격 부분이었다. 최저가인 줄 알고 상품을 클릭했는데, 용량이 작아서 가격이 낮은 것이었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이 많은 서비스라면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가격을 합리적으로 비교해줄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 쿠팡은 가격 옆에 단위당 용량을 표기함으로써 이런 유저들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였다. 그리고 이 정보를 상품상세에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목록에서 한번에 쭉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가격 비교에 시간을 쏟지 않도록 배려해준 피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능은 품절된 상품의 상품상세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추가된 기능으로 예상된다. 다른 커머스에서는 품절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없도록 버튼을 막아두고, 재입고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럼 유저는 재입고 알림 신청을 받고, 다시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으러 재방문 해야하고 다시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쿠팡에서는 재입고 알림신청 외에도 '장바구니 미리담기' 버튼을 제공하고 있었다. 품절된 상품도 장바구니에 미리 담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알림을 받고 다시 장바구니에 담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쿠팡에서 구매를 자주하는 유저라면 굳이 재입고 알림을 받지 않더라도 관심 있는 상품의 품절이 풀렸을 때 다른 상품에 함께 얻어서 구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림에 대한 피로도는 낮춰주고, 품절로 인한 구매에서 이탈되는 유저는 막을 수 있는 똑똑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쿠팡에서 더 확대하면 좋을 것 같은 서비스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주변의 쿠팡 경험을 살펴보면, '부모님 핸드폰에 쿠팡 설치해드리고 본인 카드를 등록해드렸다.' 라는 분이나 '회사에서 팀 내 간식을 사는데 사용했다'는 경험도 종종 듣곤 했다. 이런 경험을 듣고 쿠팡도 여러개의 계정이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가 생각이 들었다. 타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로 보았을 때, 가족 혹은 회사에서 같이 구매할 수 있는 경험을 2가지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1. 함께 장보기 (같이 장바구니 담기)
SSG나 배달의 민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각자의 계정으로 장바구니에 함께 물건을 담을 수 있고, 결제자는 담은 주문을 보고 최종 결제할 수 있다. 메뉴나 물건을 묻지 않아도, 계정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않아도 함께 물건을 담고 주문할 수 있는 것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2. 가족 계정 (결제 부탁하기)
배달의 민족에서 가족끼리 계정을 구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인 자녀가 메뉴를 내가 담고 부모님에게 결제를 요청하는 예시를 제공하고 있는데, 카드 결제가 어려운 10대에게 유용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으로 카드 사용이 어려운 타겟이라면 어르신분들도 있다. 쿠팡은 식재료/생필품을 주로 많이 사다보니 주부 계층이 많이 사용하고 어르신분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면 직접 앱도 깔아드리고 카드도 등록해주는 일이 가능할테지만, 멀리 떨어져산다면 이런 방법이 어려울 것이고 카드를 바꿔야하는 경우에도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를 대비한다면 결제를 요청하는 방식, 현금을 충전해두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글을 마무리해보자면,
쿠팡이 신선식품/생필품 위주의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고, 목적 구매를 하고자 하는 유저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들이 Working하는 것이고, 다른 앱에서 무작정 따라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패션 커머스 앱에서는 상품을 다양하게, 세부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매에 도움이 되고, 따라서 체류시간을 늘리는데 서비스 목표가 잡혀져 있을 수도 있다. 반면, 쿠팡 같은 앱에서는 찾는 상품을 빠르게 제공해서 빠르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비스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즉, 각자의 서비스에는 각자의 문제와 답 그리고 목표가 있을 것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의 유저와 상품을 먼저 분석'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을 잘 찾아내는 것'. 이 PM의 기본 자세에 입각하여 서비스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되뇌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