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파괴(Working Backwards) - 콜린 브라이어
최근 업무의 고민은 ‘효율적으로 일하기’, ‘효과적으로 일하기’인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의 비효율은 줄이고, 한 것에는 임팩트를 내고 싶은 고민이 있다. 이런 시기에 참 재밌게 읽은 책이 있어 이번 글은 책을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콜린 브라이어가 쓴 ‘순서 파괴’라는 책으로 원제는 ‘Working Backwards’이며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이라면 6pager와 공격적으로 빠르게(빡세게?) 일한다는 것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지향하며 어떤 방식으로 기업의 문화를 성립해나갔는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PM 뿐만 아니라 다른 직군에서도 기업의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 채용 방식 등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들이 많아 회사의 조직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구체적으로 아마존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떻게 실행해서 추구하는 것을 지켜내 기업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방법들을 어떻게 내 성장과는 연결시킬 수 있을지까지 고민해보았다.
여러분에게 아마존은 어떤 이미지인가?
필자에게 아마존은 “도전적인” 느낌을 주는 규모는 크지만, 스타트업의 문화를 가진 기업이었다. 아마 AWS, 아마존프라임, 당일배송 등의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꿰뚫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면서, 눈앞의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섭게 목표를 추구하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게다가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 기업 문화는 여러 방식으로 접해와서 인지 어렴풋하게 “빡세다”라는 정도의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아마존에서 추구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내가 가졌던 아마존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아마존은 "(1)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2)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며, 맡은 일에 "(3)담당자를 명확히 하고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 "(4)깊게 파고들면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5)목표는 도전적"으로 설정하고 "(6)높은 기준을 추구"해서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리고 단순히 원칙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이 이행될 수 있는 매커니즘까지 함께 고민을 한 것이 아마존이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효율을 높이자’라는 목표에는 ‘내러티브 양식으로 문서를 작성한다. 6페이저로 쓰고 회의 시작할 때 이 문서를 읽고 시작한다.’ 라는 행동 양식을 만들고, ‘높은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하자’라는 목표에는 ‘바 레이저 프로세스’를 도입하여 체계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만든 것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키워드와 원칙들을 소개했지만 기억에 남는 3가지 핵심 원칙들과 매커니즘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고객에 대한 집착 (Customer Obsession)
2) 깊게 파고들기 (Dive Deep)
3) 항상 높은 기준을 추구할 것 (Insist in the Highest Standards)
아마존이 추구하는 목적을 실행할 수 있도록 아마존에서는 매커니즘을 만들었다. 단순히 ‘우리는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라는 목표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기 위한 액션 아이템들을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고 모든 팀에서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지금의 아마존을 만들었다. 각 목적에 맞는 매커니즘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Working backwards라는 이 일하는 방식은 우리가 잘하는 것(forward)이 아니라 고객(backward)의 관점에서부터 시작하는 일하는 방식이다. 많은 기업들에서 ‘고객 중심의 사고’를 말하긴 하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인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아마존에서도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2가지 방식을 만들어내었고, 그것을 적용하고 있다.
# 첫번째 방식은 PR이다. 내가 만드는 제품이 처음 고객들에게 선보여질 때 나오는 PR자료가 어떻게 쓰여질지를 미리 작성해보는 것이다. 보도자료는 아래처럼 구성한다.
보도자료 구성
(1) 제목
(2) 부제목 : 고객이 얻게 될 혜택
(3) 요약 문단 : 제품에 대한 핵심 요약
(4) 문제를 나타내는 문단 : 제품이 해결하고자 하는 일상의 문제
ㄴ 여기서 일상의 문제는 고객의 관점에서 서술해야 한다.
(5)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단 : 제품에 대한 묘사 & 제품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6) 제품의 장점을 표현하는 문단 :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
보도자료를 쓰다보면, 어떻게 해야 글을 읽는 고객들에게 이 글과 제품에 관심을 가질지를 고민해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1)고객들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그것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게 되고, (2)우리의 제품이 정말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더 나아가 (3)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을지 까지 자연스럽게 고민해보게 된다.
우리가 잘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방식(Working Forward)은 고객이 진짜 겪고 있는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기 어렵고, 우리의 기술을 자랑하는데 그칠 수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 제품이 고객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뒤에서부터 (Working Forward, 제품을 고객에게 출시한 상황을 가정) 고민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검증한다.
# 두번째 방식은 FAQ이다. 제품을 내부, 외부에 공개한다고 했을 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들을 먼저 고민해보면서 답변해보는 것이다. FAQ는 내부와 외부를 각각 나눠서 작성한다. 내부 FAQ에서는 시장의 규모와 임팩트는 어떻게 되는지, 제품의 단위당 경제성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고민하여 작성하고, 외부 FAQ에서는 제품의 작동 방식이나 구매 방법 등을 작성한다.
이 방식 역시 제품이 출시되었다고 가정하면서 제품의 임팩트, 사용성 등을 검증해볼 수 있다.
# 예시 케이스
아마존에서 고객에 대한 집착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은 케이스를 소개하자면 킨들과 AWS가 있을 것이다.
첫번째 사례인 킨들은 아마존에서 출시한 e-book 리더기이다. 당시 전자상거래에 기반하는 아마존에서 하드웨어 기반 제품인 e-book리더기를 출시한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은 당시 고객들이 e-book을 읽는 과정에서 겪는 페인포인트들을 정확히 끄집어냈다. (1)책을 다운로드 받으려면 PC와 연결해야하고 다운로드 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2) 눈이 아프다는 점 (3) 햇빛 아래에서는 읽기 힘들다는 점 등을 시장 조사를 통해서 명확히 했다. 또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써드파티 제조업체에 의존하게 되면 생기는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드웨어까지 직접 개발하는 방식까지 선택했다. 고객에 대한 집착과 높은 수준을 추구한다는 핵심가치를 잘 보여주는 의사결정이라고 생각이 된다. 아마존의 킨들은 당시에 작았던 e-book 규모까지 성장시킨 사례였다.
두번째 사례인 AWS는 클라우딩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이다. 전자상거래 기반의 아마존에서 타겟하는 고객층과는 정말 다른 뜬금없는(?) 서비스이지만 아마존이 공격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에 투자할 때, 자금줄 역할을 해주는 효자 서비스이다.
인터넷에 AWS의 탄생 배경을 찾아보았을 때, 블랙 프라이데이를 대비해 서버를 증축해놓았고 그 서버를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버를 빌려주면서 시작했다고 나왔었는데, 책에서 소개된 내용은 조금 달랐다(!) 책에서는 웹페이지를 쉽게, 커스텀해서 구축하고 싶어하는 니즈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광고를 더 알맞게 보여주기 위해 개발자를 위한 패키지를 제공하였는데, 이를 통해서 개발자들이 웹사이트를 만들고 커뮤니티에 자랑하는 모습들을 관찰했다고 한다. 계속 사용자들을 모니터링하고 당시 소수였던 AWS의 헤비유저들을 직접 만나면서 웹사이트를 쉽게 구축하는 서비스가 개발자 사이에서는 니즈가 있고,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지 (요금제나 API 통신 방식 등..)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것이 지금의 AWS이다.
AWS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잘 된 케이스라 PR과 FAQ를 추후에 진행했다고 한다. 이 사례에선 제품을 출시하고 사용자들의 voice를 집착하듯이 들으려고 했던 아마존의 모습에서 고객에 대한 집착이 느껴졌다. 또한 아마존의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마저 돋보인다.
아마존에서는 집요하게 질문하며 깊게 파고드는 기업 문화가 있다. 어떻게 하면 Deep Dive 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첫번째는 문제를 파악할 때, 본질에 깊게 파고드는 방식인 ‘6pager’이다. 아마존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PPT는 다양한 시각자료를 사용하는 방식이라 화자가 정보 전달하기 유리한 방식이지, 청자가 내용을 정확하게 받아드리기에는 어려운 방식이라는 것이라는 문제점을 파악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프는 문제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내러티브 형식의 ‘6페이저’를 아마존의 기업문화로 정착시켰다.
6pager는 시각 자료는 넣지 않고, 문제와 제품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문서이다. 이 문서는 회의 전에 공유되고, 회의가 시작될 때 20분간 각자 읽고 문서에 적힌 내용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며 질문하면서 토론이 진행된다. PPT와는 달리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혼자 읽고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회의에서 이야기 나눌 땐 좀 더 본질에 집중하여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것이다. 6pager는 깊게 파고들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을 바꾸어 일하는 효율을 높인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래 참고삼아 6pager 양식을 정리해본다.
6pager 양식
(1) 서론 (Introduction) : 프로젝트의 목적과 중요성
(2) 목표 (Goal) : 프로젝트를 통해 달성할 것 + 목표를 수치화
(3) 원칙 (Tenets) : 의사결정 시 방향이 되는 원칙과 기조
(4) 현재 상황 (State of the Business) : 구체적인 상황과 중요성을 수치와 함께 설명
(5) 이전 상황 (Lesson Learned) : 과거 비슷하게 진행한 내용과 결론
(6) 앞으로의 계획 (Strategic Priorities) :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행할지
ㄴ 6pager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
두번째는 깊고 파고드는 방법은 싱글 스레드 리더십 (Single-Thread-Leadership) 이다. 싱글 스레드 리더십이란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주요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존에서는 그 사람이 맡은 일이 커지고 점차 각 팀에서 담당하는 영역을 세분화하고 담당하는 영역을 좁혀나간다. 권한을 줄이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 세분화된 영역에 더 집중해서 deep dive해서 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하나에 집중하라!” 이것이 싱글 스레드 리더십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싱글 스레드 부분을 읽으면서 신선하면서도 공감했던 내용은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오히려 일을 더 하기 어렵게 만든다. 협업하지 말고 분리하라‘ 라는 관점이었다. 유관부서와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정말 많은 비용이 드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너무 공감하면서 근데 현실적으로 적용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세번째 깊게 파고드는 방법은 아웃풋이 아닌 인풋지표에 집착하는 것이다. 인풋이 그 시스템의 아웃풋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인풋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 예시를 들어보자면 아웃풋 지표로는 '매출'이 있고, 인풋지표으로는 '신규 고객 수', '신규 고객의 매출' 등이 있다. 매출만 보았을 때 당장은 성과가 좋아보일 수 있어도, 신규 고객의 수와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면 매출의 성장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매출은 시장 환경과 프로모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지표를 볼때 인풋 지표에 집중하게 되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에 더 매달리며 더 본질에 집중하며 깊게 파고들 수 있다.
아마존에서는 모든 과정에서 항상 높은 기준을 추구하는 것이 베이스로 깔린다.
PR과 FAQ를 작성할 때에도, 6pager를 작성할 때에도, 인풋지표를 설정할 때에도 타협하지 않고 정말 고객을 만족시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항상 높은 기준을 추구'하는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 때문에 아마존에서 일하는 것은 빡세다라는 인식이 나오지 않았을까?)
아마존은 채용하는 단계에서도 '항상 높은 기준을 추구할 것'이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채용 시 신규 입사자가 적어도 한가지 중요한 측면에서는 다른 구성원들보다 월등히 나아야 한다. 지원자가 우수하다는 것을 측정하기 위해 아마존은 HR이 아닌 각 팀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담당자(바 레인저)를 지정하여 이들을 교육한다. 바 레인저들은 뽑고자 하는 지원자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직무기술서도 구체적이고 초점을 분명하게 하여 작성한다. 또한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질문으로 상황을 깊게 파고들며 결과보고서도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한다.
진실을 파고들기 위해 STAR라는 방법으로 질문을 던진다.
(1) Situation :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2) Task : 어떤 과제를 맡았습니까?
(3) Action : 어떤 행동을 취했습니까?
(4) Result : 결과는 어땠습니까?
이 질문 방식은 사실 어느 회사 인터뷰에서든 충분히 받을 수 있고, 이런 형식으로 먼저 설명한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메모..)
글을 읽다보면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의 아마존이 부러웠다. 이런 방법들은 회사의 성장에도 이바지하겠지만 개인의 역량과 사고를 키우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방식들이었다. 회사의 작은 팀원으로서 크게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스스로라도 이런 마인드셋을 가지고 일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정리해보았다. (마침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도 있다!)
(1)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6pager를 작성해본다.
(2) 내가 맡은 지면의 목표 지표를 상세히 본다. 과연 지금 잡은 지표가 인풋지표가 맞을지, 더 상세한 조건을 걸어두어야 하는 것 없을지 확인해본다.
(3)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보도자료와 Q&A를 작성해본다. 과연 고객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한 것이며, 고객의 페인포인트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인지 살펴본다.
(4) 일할때, 논리 상 비약이 있다고 판단되면 디테일하게 파고들어보자
(5)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고 싶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내러티브 방식, PR 방식으로 작성해본다.
아마존의 방식으로 일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임팩트 있게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